농촌진흥청이 토양 속 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시간 흐름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작물 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의 증감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억제하는 유용 미생물 발굴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미생물 군집 데이터를 시간별로 분석해 미생물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시계열 기반 상호작용 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흙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며, 제한된 공간과 영양분을 놓고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특정 시점에서의 상관관계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어떤 미생물이 먼저 영향을 미치고 어떤 미생물이 뒤따라 변하는지까지는 밝혀내기 어려웠다.
이번에 개발된 모형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해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영향을 받는 미생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를 고추 뿌리 토양 미생물 데이터에 적용해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고추 풋마름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재배 3주 이후부터 나타나 증감을 반복했고, 7~10주 사이 일부에서는 최대 8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특정 미생물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병원균이 급증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TRA3-20, 브래디라이조비움, 브리오박터 등 일부 미생물이 병원균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향후 친환경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 미생물 후보를 좁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식물병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The Plant Pathology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콩 역병 등 다른 작물 병해에도 해당 모형을 적용해 병원균 억제 미생물을 발굴할 계획이다.
한상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장은 “이 모형을 활용하면 유용 미생물 후보를 빠르게 선별해 미생물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향후 연구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