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차 활성화를 통해 농업분야 탄소저감을 실현할 수 있다."
탄소중립의 유용한 수단인 바이오차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민관학연의 참여와 관심 속에 열렸다. 이달 8일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한 ‘바이오차 활성화 토론회’는 월간친환경, 한국바이오차협회, ITEA(IN THE EARTH AGAIN) 운동본부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바이오차의 탄소중립 핵심기술을 비롯해 국내외 관련 제도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됐다.
‘탄소중립과 바이오차’를 주제로 발표한 윤석인 원광대 생명환경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기술과 지구의 지속가능 방안으로서 바이오차에 주목했다.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인 바이오차(Biochar)는 유기물질을 산소 없는 조건에서 열분해하여 생성된 고탄소 고체 물질이다.
탄소 스펀지와 같은 구조를 통해 토양개량과 탄소저장 기능을 지닌다. 극도로 다공성인 구조로 미세한 구멍들이 물과 영양분을 붙잡고 미생물들에게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한다. 또한 안정적인 방향족 탄소 구조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매우 느려, 토양 속에서 수백에서 수천 년간 탄소를 저장한다.
우리가 탄소중립 또는 넷 제로(Net-Zero)를 위해 노력한다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 배출을 줄여야 하고 두 번째 배출된 것을 제거해야 한다. 이처럼 감축과 제거가 함께 가야 하는데 바이오차는 토양 저장 방식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바이오차의 탄소저장 기능은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지침 2019 개정판을 통해 공식화 됐다. 토양 탄소저장 수단으로서 국가 온실가스를 산정하는 인벤토리에서도 감축 기능을 인정받았다. 이때 350℃ 초과라는 열분해 온도가 제시됐다. 제조 온도가 높을수록 장기 저장 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차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바이오차의 주요 기능으로서 보비력(양분유지)과 보습력(수분유지) 향상을 통한 토양개량 효과가 주목받았다. 나아가 작물의 생산성 증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농경지에서 방출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를 저감시킨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한편, 윤 교수는 IPCC 기준에서 바이오차가 탄소저장을 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지속 가능 원료로서 순환이 가능한 폐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벌목한 나무는 부적절하고 전정가지와 가공 과정에서 만들어진 톱밥 등이 적합한 원료다. 사료용 볏집은 사용할 수 없으며 옥수수대, 콩대, 껍질류와 같은 농림부산물은 원료가 될 수 있다. 비정화 하수 슬러지 등 중금속 유해물질의 토양 오염 위험이 있는 원료는 정화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토양 내 탄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열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방향족 탄소구조는 미생물 분해 저항성이 높다. 안정화 되었을 때 낮아지는 H/C 몰비와 O/C 몰비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과정(LCA)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차 생산∼활용의 전 과정에서 탄소 수지가 확인돼야 하고 에너지 투입 대비 탄소 격리량이 검증되어야 한다.
일례로 태양광을 사용하고 고효율 열분해를 했으며 단거리 운송을 했다면 낮은 탄소 배출과 높은 탄소 격리를 통해 합당한 격리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반대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건조하고 저효율 열분해, 장거리 운송을 거쳤다면 탄소 배출이 높아진다. 그 결과 이론적 격리량이 같더라도 탄소 격리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에 윤 교수는 “바이오차를 사용할 때 실제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기술 연구와 농가 수용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대권 유기산업 대표가 ‘바이오차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산업혁명이 있었던 18세기 중반과 비교할 때 현재 지구의 온도가 약 1.2℃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 이어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의 상승률을 1.5℃ 이하로 낮추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기준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넷 제로(Net-Zero)를 이루자는 것이 OECD 산하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로드맵이다.
박대권 대표는 농업 부문 온실가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오차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IPCC에 의해 바이오차 가이드라인이 소개되면서 김필주 경상대 교수의 ‘농업부문 탄소거래제의 산업적 활용전략’ 발표(2020년), 제1회 ITEA 포럼(2020년), 농진원(당시 실용화재단)의 ‘바이오차를 이용한 농경지 탄소고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 보고서 등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토양개량제로서 바이오차 보급과 가축분뇨이용 바이오차의 생산 확대 계획을 세웠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 4월 바이오차의 비료공정규격을 설정해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 해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의 ‘저탄소농업프로그램 시범사업’으로 바이오차 사업이 시작돼 2027년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그간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바이오차 활성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여러 문제점도 노출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우선 ‘농림부산물바이오차’와 ‘가축분바이오차’의 비료공정규격에서 탄화안정도를 위해 H/C몰비 0.7미만 · O/C몰비 0.4미만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도록 한 것에 대해 H/C몰비 0.7미만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PURO.EARTH와 IBI, EBC(EUROPEAN BIOCHAR) 등 국제 기관들이 탄소안정도를 나타내는 H/C 몰비 0.7미만을 규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논란과 오해의 소지를 없게 하자는 취지이다.
또한 향후 자발적 탄소 감축 사업을 고려하여 시중 제품들의 H/C비율과 수분함량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저탄소농업프로그램 시범사업’이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워 했다. 또한 실질적인 필요량의 1/10 정도만 지원해줘 농업인이 효과를 경험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제품에 대한 검증 없이 단순 무게로 투입량을 산정하는 것과 프로그램 활동보고가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근 일부 도에서는 비료공정규격 이전의 제품이 도비 지원 바이오차 보조사업에 포함되면서 ‘가짜바이오차 논란’이 일었다. 또 다른 도에서는 공정규격에 맞는 기준을 세워 놓고도 담당공무원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별하지 못해 부적절한 제품이 공급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향후 가축분바이오차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 요인들의 완화도 요청했다. 현재 2%로 되어 있는 염분 기준의 완화를 통해 우분 처리량을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염산불용해물 시험을 현물기준에서 건물기준으로 수정해 줄 것도 요청했다.
국회 농해수위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경기여주양평) 등이 발의한 가축분뇨법 내 바이오차 활용의 법적 근거가 마련 되지 않아 가축분바이오차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바이오차 생산시설 지원으로 생산자와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 정부가 기업 등에 할당한 배출 한도 내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을 인증해 주는 교환 가능한 권리. 초과 배출 시 구매하거나 감축 활동으로 확보해 판매할 수 있다.)의 정착도 중요하다. 바이오차의 토양 내 탄소 고정 효과를 수치화하여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바이오차 보조사업의 배출권에 대한 활동보고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오차 보조사업의 확대, 토양개량제 보조사업에 바이오차 추가, 바이오차 효과·효능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 등도 건의했다.
또한 바이오차 활성화는 영양공급과 토양개량을 넘어 저탄소와 탄소중립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생산자와 농업인, 연구자 등이 커뮤니티를 통해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식의 개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김필주 경상국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민관학연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윤여욱 토양비료학회 산학협력 부회장은 농경지 유형별로 작물별 바이오차 표준 사용 기준을 연구하여 농업 현장에 신속히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바이오차 품질 기준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행정 지도를 하는 현장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 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탄소 크레딧 인정과 거래 제도 구축을 통해 바이오차 소비자들이 저탄소농업과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하는 활성화 정책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정진혁 청년농유기농업연구회 회장은 국산 중심의 보조사업 구조를 넘어 품질과 가격 경쟁을 통한 선택권 보장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조원가가 높은 가축분바이오차에 대한 설비·투자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소 저감 효과가 검증될 경우 농가 단위에서도 탄소 크레딧을 인정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바이오차 활용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동진 황새생태농업연합회 대표는 벼·콩·고추를 시작으로 14개 작목에 바이오차를 시범 적용한 결과, 토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황토질 논과 연작 피해가 누적된 시설재배지에서 수량 증가와 생육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반면 토양 상태가 양호한 논에서는 생산성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국화·쪽파·고추·상추 등에서 토양 물리성 개선과 병해 저항성 강화, 수확량 증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단 현재 성과는 단기 실증 결과인 만큼 중장기 연구와 체계적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농업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이동형 바이오차 생산시설 도입을 제안했으며 저탄소농업프로그램에서 투입량 상향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신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탄소중립추진팀장은 바이오차가 저탄소 수단이면서 동시에 토양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농업적 효과까지 입증된다면 정책적으로도 일거양득이며, 현장 농업인과 생산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탄소농업프로그램 시범사업’이 제도화 단계로 넘어갈 경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민간 주도형 탄소 감축 모델’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장재훈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질수생태과 사무관은 기후부와 농식품부가 2024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가축분바이오차 생산 시범사업을 한 결과 가축분바이오차를 가축분뇨의 법적 처리 방식으로 규정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료는 비료공정규격을 충족하지 못했고 원료 구성과 공정 조건, 계절적 요인에 따라 결과 편차가 커 생산 공정의 반복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기오염물질은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장 사무관은 국외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하고 있는 기관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법제화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원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장은 토양개량과 양분공급이 기본인 비료 중에서 바이오차는 탄소 크레딧에 대한 효과가 있어 좀 다르고 나라별 기준도 상이하다고 말했다. 또 비료공정규격의 목적상 탄소중립이나 탄소 크레딧에 대한 부분을 상세하게 담기가 어려워 탄소중립기본법에 담아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박 과장은 국회 등의 바이오차에 대한 관심 증가로 올해 관련 예산이 600억 늘었다고 밝혔다. 농경지 유형별로 작물별 사용기준 연구가 2023∽2027년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의 연구사업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확대와 함께 실증 사업도 확대해 진행할 계획이다. 인증을 신청하거나 규격을 설정할 때는 농진청이 지정한 기관에서 시험한 성적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후 모니터에서도 지정 기관에서 분석한 성적만 인정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
지자체 담당자 교육 부족과 전문성 문제는 책임을 통감하며 교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염분 기준 2%를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염산불용해물 시험법은 현물에서 건물 기준으로 바꿔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개정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토양비료학회장(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어려운 분야가 농업으로 바이오차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신중하게 접근해서 농업 부문 감축에 도움이 되는 인벤토리 구축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 저탄소농업프로그램은 시범 단계로, 사용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소량이라도 많은 농가가 참여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탄소 크레딧 역시 100헥타르 이상 단지를 패키지하는 사업으로 구성되지 않는 한 개별 농가가 현실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청석의 질의와 종합토론도 활기를 띠었다. 질의는 바이오차라는 명칭의 이해도 문제, 수입 바이오차도 보조금 사업 포함 요청, 농림부산물바이오차와 가축분바이오차를 혼합한 새로운 기준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건의, 가축분바이오차가 토양개량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우수한 만큼 수계기금의 간접지원사업비에 포함시켜 달라는 제안 등 다양했다.
국제 탄소 배출권 확보를 위해서도 H/C몰비 0.7미만을 확실한 규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바이오차 분석 테스트 경우 유통중인 제품을 그대로 이용해서는 안되며 한정적인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과 함께 열분해 시 자가열 에너지 사용에 대한 국제 규정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향후 가축분퇴비 공장에서 가축분바이오차 공장으로 전환시 주민동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의 합리적인 해결 방안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