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말 현재 주요 7개 농약 회사의 총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2.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팜한농·농협케미컬·경농·동방아그로·한국삼공·신젠타코리아·SB성보) 중에서 경농·동방아그로·SB성보의 매출은 순증한 반면, 팜한농(바이엘크롭사이언스 전년 동기 매출 합산)·농협케미컬·한국삼공·신젠타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농약 제조회사와 몇몇 원제사를 통해 자체 집계한 ‘2025년 9월 말 기준 주요 7개 농약 회사 매출 현황’[표1]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 6137억 원보다 327억 원(2.0%) 증가한 1조 646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에 주요 6개 회사(SB성보 제외)의 농협 계통농약 매출총액은 73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60억 원)보다 2.3%(177억 원) 줄었다. 농협 지역본부 자체구매와 제네릭 회사 및 아리품목 등을 포함한 계통농약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9370억 원)와 비교해 5.4%(508억 원) 줄어든 8862억 원에 그쳤다.[표2] 이에 반해 주요 7개 농약 회사의 시판 매출총액은 9080억 원으로 전년 동기(8594억 원) 대비 5.7%(486억 원)가 증가했다.[표3]
경농·동방아그로·SB성보 ‘맑음’…나머지 회사 ‘흐림’
농약 제조회사별 매출을 보면 △팜한농은 올해부터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제품 판매권을 인수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했으나 매출실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팜한농과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매출을 합산할 경우 4712억 원에 달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의 매출은 4650억 원으로 오히려 1.3%(62억 원)정도가 줄었다.
또한 △농협케미컬(아리 포함)은 올해 9월 말 3089억 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3099억 원) 대비 0.3%(10억 원) 감소했고,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1700억 원) 대비 0.9%(15억 원) 줄어든 168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젠타코리아 역시 전년 동기(1453억 원) 대비 2.5%(36억 원) 감소한 1417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그러나 경농·동방아그로·SB성보의 매출은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SB성보는 올해 농협중앙회 계통품목의 지역본부 자체구매 중단 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올해 9월 말 현재 70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634억 원) 대비 10.6%(67억 원)라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며, △경농도 지난해 같은 기간(2429억 원)보다 9.7%(236억 원) 증가한 266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해마다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방아그로는 올해(9월 말)에도 2257억 원의 매출로 지난해 동기(2110억 원) 대비 6.8%(147억 원) 증가했다.[표1]
주요 7개 농약 제조회사별 올해 목표 대비 9월 말 매출진도율을 보면 △팜한농 87.4% △농협케미컬 87.9% △경농 88.8% △동방아그로 97.5% △한국삼공 84.3% △신젠타코리아 94.5% △SB성보 95.1% 등이다. 이들 회사 전체 평균 진도율은 89.6%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별 올해 9월 말 시장점유율(M/S)은 △팜한농 28.2% △농협케미컬 18.8% △경농16.2%) △동방아그로 13.7% △한국삼공 10.2% △신젠타코리아 8.6% △SB성보 4.3% 순이었다.
농협계통 역성장…지역본부 실적 절반 가까이 감소
농협경제지주(자재사업부)가 취합한 ‘2025년 9월 말 농협 계통농약 매출 현황’에 따르면, 농협조직의 농약 사업 매출총액은 886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70억 원보다 5.4%(508억 원) 감소했다. 무엇보다 농협지역본부 자체구매 실적은 전년 동기(1351억 원)보다 44.4%나 크게 감소한 751억 원에서 그쳤다.
농협 계통계약 업체별 매출은 △팜한농이 올해 9월 말 226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2267억 원)보다 0.2% 감소했으며 △농협케미컬은 전년 동기(2234억 원) 대비 1.0% 줄어든 2213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경농은 1009억 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920억 원)와 비교해 9.7% 늘었으며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698억 원)보다 0.8% 늘어난 703억 원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660억원)보다 7.0% 줄어든 614억 원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511억원)보다 13.8% 증가한 58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회사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이외 제네릭 회사 중에서는 △인바이오의 계통실적이 전년 동기(79억 원)보다 절반 이상(52.2%) 줄어든 38억 원에 머문 반면, △한얼싸이언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84억원)보다 43.1% 증가한 121억 원의 계통매출을 올렸다.[표2]
한편, 이들 농약 회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농협 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은 △팜한농 27.9% △농협케미컬 27.3% △경농 12.4% △동방아그로 8.7% △한국삼공 7.6% △신젠타코리아 7.2% △한얼싸이언스 1.5% △인바이오 0.5% 순으로 나타났다.
SB성보와 동방아그로 시판 매출 두 자릿수 성장
올해 3분기까지 주요 7개 농약 회사의 시판 매출은 9080억 원이었다. 주요 농약 제조회사별 2025년 9월 말 시판 매출을 보면 △팜한농은 지난해(바이엘 매출 합산) 같은 기간(2175억 원)보다 9.8% 증가한 23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농협케미컬은 전년 동기(865억원) 대비 2.3% 늘어난 8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경농의 올해 9월 말 시판 매출은 165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509억원) 대비 9.7% 증가했으며,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1412억 원)보다 10.1% 증가한 1554억 원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1057억 원) 대비 1.2% 늘어난 1070억 원 △SB성보는 전년 동기(634억 원) 대비 10.6%가 증가한 7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신젠타코리아의 올해(9월 말) 시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942억 원)보다 11.2%나 감소한 836억 원에 그쳐 농협 계통실적(13.8% 증가)과 대비를 이뤘다.[표3]
올해 ‘핫이슈’는 ‘농협지역본부 자체구매사업 계통화’
이처럼 국내 농약 시장은 올해 3분기까지 나름 잘 헤쳐나온 것으로 읽힌다. 그런 와중에 맞닥뜨린 변수도 상당했다. 가장 먼저, 올해 처음 시행된 농협중앙회의 ‘지역본부 자체구매사업 계통화 추진’이 도드라진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계통농약 매출 확대를 위해 지난해까지 지역본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왔던 모든 계통등록 품목(농약)의 자체구매사업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당초 의도와 달리 중앙회 계통실적은 오히려 지난해(9월 말 기준)보다 감소했다. 반면, 지역본부 자체구매 매출 감소분 만큼 지역농협 자체구매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지역본부, 지역농협, 지역본부 납품업체(도매상), 그리고 제조회사까지 가세한 갈등이 빚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또 다른 변수로는 경북 일원의 산불 피해가 꼽힌다.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재배면적이 적잖이 감소했다. 특히 전국 사과 재배면적 3만4000ha 중 2만ha가 집중되어 있는 경북지역의 경우 대형 산불로 인해 3000ha의 사과원이 피해를 입었다. 그 여파로 경북 일원의 농약 유통인들은 기존 재고 소진 의지가 강해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장마철 내내 지속됐던 마른장마와 철 지난 폭우도 농약 소비를 위축시킨 변수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과수 주산지 농약 유통인들은 장마기 강우 일수와 강우량 감소로 인해 사과·배·복숭아·자두 등 주요 과수원의 병해 발생이 줄어 원예용 약제 방제 횟수가 예년에 비해 1~2회 이상 줄었다고들 말한다. 또한, 전국에 걸친 폭우 피해지역 발생도 농약 사용량 감소로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올해 전남 지역에서 벼멸구, 흰등멸구가 조기 발생해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의 방제 약제 확보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올여름 35℃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면서 병해충 발생 양상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삼공의 문인황 제품기획마케팅 이사는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배추 반쪽시들음병과 나방, 총채벌레, 가루이 등의 발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걸맞은 약제 개발과 방제 방법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농판 전속품목 공동사업’도 새 변수로 부각
한편, 전국의 ‘농판(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전속품목 공동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판 전속품목 공동사업’은 현재 전국의 모든 ‘농판’이 이에 동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진척 상황에 따라 시판 농약의 새로운 변수가 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 ‘농판’은 관할지역의 시판 농약 70%가량을 유통시키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그동안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주도로 진행해 온 ‘시판 전속품목 사업’이나 지금은 모습을 감추었지만 지난 2020년 말경에 새로 설립한 유통전문법인 ‘위드파머’의 영향력과는 결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진행형인 ‘농판 전속품목 공동사업’은 단순히 국내 제조회사의 제품들을 ‘전속품목’으로 구매·유통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 등지에서 수입완제품을 직접 들여와 자체 상표명으로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농약 유통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