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농림부산물바이오차’와 ‘가축분바이오차’ 비료공정규격이 부산물비료에 신설되면서 바이오차는 농업인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오차(b io-char)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의 합성어로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열분해하여 만든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을 지칭한다. 나무나 식물은 공기중에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서 광합성을 통해 자기 몸에 탄소(C)를 저장하고 산소(O2)를 내보낸다. 식물과 목재가 토양에 들어가면 다시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형태로 대기중에 배출되지만 이를 바이오차로 만들면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탄소의 80%가 바이오차 내에 갇힌다. 바이오차를 ‘탄소감옥’이라 부르는 이유다. 바이오차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작물생육을 증대해 주는 1석2조의 효과까지 있다. 바이오차 사용으로 작물생산성이 증대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유기산업은 국내 바이오차의 태동기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버려지던 왕겨를 활용해 바이오차를 만들어왔다. 2001년 바이오차 제조와 플랜트 전문기업으로 설립되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으로 발전해왔다. 충남 예산에 본사와 제2공장이 있으며 전북 고창에 제1공장을 두고 있다.
바이오차 산업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박대권 유기산업 대표는 “블랙에서 그린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바이오차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미국의 요하네스 레만 코넬대 교수의 논문에 삽입된 말이면서, 유기산업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젊은 날 일찌감치 바이오차를 접했다가 떠나 있던 박 대표는 이 말에 홀린 듯이 업계로 돌아왔고, 2008년 회사를 인수해 유기산업을 이끌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 저감(Reduction)과 이산화탄소 제거(Removal)를 해야 돼요. 이산화탄소 저감은 석유·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산화탄소 제거는 공기중에 현재 420ppm인 이산화탄소를 산업혁명전 280ppm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제거(Removal) 방법에는 BECCS, DAC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바이오차이며 가장 경제적이고 당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인류의 영속성을 위해 반드시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가 필요하며 이는 농업분야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작물에 맞는 방법을 농업인들에게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기산업은 바이오차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차 제조 장치 기술’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활성탄 및 필터 제조기술’을 개발했으며, 왕겨숯을 이용해 ‘정화용 습지대 및 이를 이용한 정화장치’ 등을 개발했다.
일반산업·건축·농업·생활 분야에서 사업모델을 만들어 온 유기산업은 ‘유기바이오차’와 ‘유기왕겨숯’ 제품 등을 생산하는 한편, 바이오차를 활용한 철강용 보온재와 건축 단열재로도 유명하다.
유기산업의 바이오차 제조는 특허기술인 TLUD(Top Lid Up-Draft)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열분해는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고, 최소한의 산소는 상부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550℃가 넘는 고온에서 원재료를 열분해하여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차 플랜트 사업에서도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차를 만들 때 LPG나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점화 후 스스로 타는 방식을 채택했어요. 바이오매스가 스스로 바이오차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에너지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으며 농업계도 대응책이 필요했다. 2019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탄소격리, 온실가스 저감, 토양개량 등 효과를 가진 바이오차를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공식화 하면서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바이오차가 농업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주요 방안임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유기산업의 역할이 한층 기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농림부산물바이오차’와 ‘가축분바이오차’의 비료공정규격 설정으로 농업인들의 인지도와 활용성이 높아진 것은 환영했지만 바이오차의 본질이 비료에 국한되는 것을 아쉬워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온실가스 저감 방안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규격에서 수정·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또 농업인 대상 바이오차 지원사업도 충분한 양이 토양에 들어가야 제대로 된 탄소중립의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 봅니다. 농업인과 시장의 기대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소극적이어서 바이오차의 가치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달 농촌진흥청이 출범한 ‘케이(K)-농업과학기술 협의체’에서 바이오차 전문가의 자격으로 현장문제해결 분과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기후위기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탄소중립을 이끌어낼 바이오차의 가능성을 펼치는 행보에 더욱 주력할 각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