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분뇨 여과액비의 추비 이용이 경축순환농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관심을 모았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가 축산자조금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가축분뇨 액비 추비 이용(엽채류) 확대 관련 연구용역’ 최종발표회에서 액비 활용의 효과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경기도 포천시와 함께한 경축순환농업 실증 연구사업으로, 가축분뇨 액비의 지속 공급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여과액비 활용사업의 환경·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대상 및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축산 농장과 공동자원화 시설의 운영 개선과 경종 부문의 생산비 절감 및 저탄소 농산물 인증 취득 효과 등도 검토했다.
최영길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인사말에서 “배출된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탄소중립시대에 재활용을 통해 탄소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오랜 연구와 실용화를 통해 효과가 검증된 여과액비와 엽채류 공급기지인 포천시 시설재배지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병오 한바이오 경축순환농업연구소 대표는 “축산분뇨를 가공한 액비가 경종농가의 무기질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액비를 살포할 수 있는 농경지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점적·스프링클러를 이용하는 대규모 시설재배지는 여과액비의 큰 수요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장조에서 필터를 통해 정제한 여과액비의 시설재배 추비 이용으로 6~9월의 액비 비수기를 극복하고 연중이용 체계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2022년 기준 포천시의 총 경지면적은 8811ha(논 면적 3100ha, 밭 면적 5711ha)이며, 노지재배 6093ha, 시설재배 2570ha이다.
일 평균 2744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는 포천시는 퇴비화 84%, 액비화 13%, 정화처리 3% 순으로 처리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월 1만1600톤의 액비를 생산하고 있으며, 액비살포면적은 1680ha, ha당 월 평균 살포량은 6.9톤이다.
사업대상 분류와 액비 추비 공급체계 마련 과정에서는 기존 성공 사례도 참조했다. 강원도 철원군의 경우 시설재배 57농가(5년간 누적)가 37.1ha의 농지에서 4672톤의 여과액비를 사용하여 1억9230만원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실적이 나와 있다. 이와 관련된 ‘추비용 여과액비 실증사업’이 2022년 감사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11개 엽채류 농가 토양분석과 맞춤형 시비 컨설팅
횡성군은 시설재배 52농가(3년간 누적)가 참여해 16.8ha의 농지에 1669톤의 여과액비를 사용해 4129만원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포천시도 각 사업 주체별 역할을 부여해 경축순환농업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도표1] 축산농가는 가축분뇨의 친환경적 관리 및 유용자원으로의 전환을 담당하도록 한다. 경종농가는 가축분뇨 퇴·액비를 활용해 작물재배와 부산물·조사료 축산 환원을 할 수 있다.
지자체와 자원화 조직체, 농축협의 역할도 중요하다. 농업기술센터·지자체는 맞춤형 기술과 정책·제도 지원 종합체계를 마련하고 운영주체들의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문유통조직과 공동자원화시설 등 자원화조직체는 가축분뇨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고품질 퇴·액비를 생산, 유통해야 한다. 농축협은 지역사회와 밀착된 조직망을 이용해 퇴·액비 유통을 중개하고 조사료 계약재배, 농축산물 판매·유통 등을 담당한다.
액비를 생산할 수 있는 사업체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포천시의 액비 추비 이용 확대의 미래 가능성을 밝게 하는 요소이다.
포천축협 자연순환농업사업단은 고액분리기를 통해 하루 약 3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 총 4기의 분리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액비 저장조(1만4200톤), 배양시설(1만2800톤), 원수집수조(600톤) 등의 시설과 살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주)한탄강순환농업회사법인도 양돈분뇨 여액 및 중간발효처리액(합계 40~45톤/일)을 수거해 액비화 하여 연간 약 1만5000톤을 살포하고 있다. 살포면적은 약 200ha를 확보하고 있으며 200ha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140메쉬(mesh) 수준의 정밀 여과가 가능한 여과액비 생산 장치를 새롭게 도입해 입자 크기가 약 105마이크로미터( ㎛) 이하 즉, 0.105mm 이하인 미세입자까지 걸러내 고품질 여과액비의 생산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종농가의 수용 체계일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총 11개 엽채류 농가의 작물별 토양분석과 맞춤형 시비 컨설팅을 진행했다. 액비의 NPK 함량을 분석하고, 질소와 인산의 밑거름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는 액비 공급량을 산정했다. 작물의 인산(P) 요구량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인산 밑거름에 해당하는 액비량을 추천하며, 인산 요구량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질소 밑거름에 해당하는 액비량을 추천했다. 액비로 충족되지 않는 성분은 무기질비료를 통해 보충하도록 했다. [도표2]
여과액비의 실증 시험 결과도 발표했다. 시금치 시설 농가에서 물과 여과액비를 7:1로 혼합, 토양분석 결과를 고려해 소요량의 87% 수준인 1톤을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시비했다. 작물 수확 후 생산량과 경제성을 분석, 10a당 소득으로 환산한 결과 평년 소득 대비 2.47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여과액비 이용과 관련한 포천시의 자치법규 현황을 조사하고, ‘포천시 경축순환농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