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이 끝나고 여름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은 농약이 급격히 소비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예년과는 다르게 온도 변화도 급격하며 마른장마도 예고되고 있는 만큼 작물은 변동이 심한 환경에서 농약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농약의 약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약해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약해가 사용상의 부주의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이 최근 발행한 약해 관련 자료에 따르면 농약의 약해란 농약의 살포에 의해 작물의 생리작용을 방해하고 억제해 정상적인 생육을 저해해 발생하고 주로 조직의 파괴, 증산작용, 동화작용, 호흡작용 등의 생리작용방해로 경제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다.
약해의 종류에는 ▲급성약해 ▲만성약해 ▲2차적 약해 ▲일시적 약해가 있다. 급성약해는 약제 살포 후 1주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급성약해의 증상은 발아, 발근 불량, 엽소, 반점, 잎의 위조, 낙엽, 낙과 현상 등으로 볼 수 있다. 수용성 비소계나 수용성 동제의 경우 식물의 옆면에 침투해 세포의 원형질의 생육을 저해시킬 수 있다. 석회유황합제는 약제의 강한 알칼리성으로 표피세포의 각피가 상해를 입을 수 있다.
만성약해는 영양 장애, 화아형성 불량, 과실 발육지연, 수량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석유유제를 사용할 때 효소 작용의 변화가 일어나 이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2차적 약해는 약제 살포 후 토양에 잔류해 후작물에 약해를 일으키는 것이다. 일시적 약해는 환경 조건에 따라 회복되거나 더욱 심한 경우를 말한다.
약해가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농약의 이화학적 성질에 의한 것으로 물리적 성질이나 보조제, 용매 등에 의해서, 약제의 사용 농도와 사용량에 의해 약해가 나는 경우다. 또 2종 이상의 약제를 섞어 쓸 때 일어날 수 있다. 농약을 물에 희석할 때 분해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약해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때 무기농약이 유기합성 농약보다는 약해 가능성이 높다. 무기농약이 물에 가용성이고 화학물 분자가 작아 식물체내 침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약해는 작물의 종류와 생육 상태에 따라 일어나기도 한다. 식물의 특성, 특히 즙액의 수소이온 농도에 의한 것, 식물의 종류, 품종, 생육 및 老幼(노유) 등의 감수성 차이에 의한 것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르도액의 유효 성분인 염기성 황산동은 산성에 잘 녹기 때문에 pH가 낮은 작물인 복숭아 잎에는 살포가 불가능하다. 단 감자 잎처럼 중성인 잎에는 살포가 가능하다. 대체로 저온이며 발육이 왕성하지 않은 시기에는 약해를 입지 않으나, 고온·다습해 발육이 왕성한 시기에는 약해를 입기 쉽다. 약제 저항성은 휴면기, 영양생장기, 생식 생장기, 유묘기 순으로 높다. 즉 어릴 때 약해가 나기 쉽고 생식 생장 때에도 약해가 일어나기 좋은 조건이라는 뜻이다. 반면 아주 어린잎은 표면에 털이 밀생해 있어 약물이 부착하기 어려워 약해발생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복숭아, 살구, 감, 토마토 등 약에 민감
약해는 약제의 처리 전후 기상조건과 살포 방법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약제 살포 전후 강우는 약해의 주요 원인이 된다. 습도가 높으면 오랫동안 약제에 젖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식물체에 침투량이 많아 약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온과 강한 일사도 원인이 된다. 고온에서는 작물의 농약흡수가 높다. 하지만 2,4-D 등의 페녹시계 제초제는 저온에서 약해가 발생한다. 잎의 뒷면에 약제를 살포할 경우에도 기공에 의해 흡수가 많이 일어나 약해가 일어날 수 있다. 또 토양에서는 주로 토양처리제(입제)에 의해 약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을 뿐 경엽처리로 인해 토양에 떨어지는 약제로 약해가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작물별, 약제종류별로 살펴보자. 복숭아, 살구, 자두, 배는 동제에 약하다. 또 복숭아, 작두, 두류, 살구, 감은 비소제에 약하다. 어린 오이류는 유기 염소계에 약해를 일으키기 쉽다. 석회황합제에 의해 약해를 받기 쉬운 작물은 복숭아, 살구, 감, 토마토, 파 등이다. 오이류, 토마토, 가지, 배추는 BNC제에 의해 약해를 입기 쉽다.
이처럼 약제 특성과 작물, 생육 상황 등에 따라 약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용방법에 의해 약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라벨에 표기된 적용 작물 이외의 농작물에 사용, 고농도 살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농약과 비료(4종복비 등)를 혼용하거나 혼용가부가 확인되지 않은 약제의 혼용에 의해 약제의 물리·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약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인접작물 및 농경지 유실, 비산 등에 의한 유입이 일어나면서 약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제초제 등을 살포한 방제기구를 세척하지 않고 다른 약제를 살포해 약해를 일으키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 사질누수답이나 간척지, 척박한 논, 신 개간답 등에 제초제를 사용할 때 약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장조정제는 적기에 적량을 사용해야 하며 품종을 잘 파악하고 살포해야 약해를 입지 않는다.
임규원 농협중앙회 작물보호팀장은 “농약은 농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재 중 하나”라며 “올바른 사용방법을 잘 숙지하고 주의사항을 지켜 사용해야 효과도 볼 수 있으며 간혹 일어날 수 있는 약해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해는 환경조건과 작물의 생육 등과 관련해 일어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농업인들이 농약 사용으로 피해를 보지 않고 좋은 농산물을 잘 수확해 낼 수 있도록 농협의 농약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농업인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