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매입자금으로 1조6000억원을 지원하고 수매 물량도 사상 최대인 187만톤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으로 나타날 농업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포장 상품을 개발하는 등 대응책을 찾기로 했다.
계열사 방만 경영 도마위…부실대출도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 필요하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0월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 감사에서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이날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쌀 수매, 농협법, 계열사 방만경영, 직선제 도입 등에 대한 지적을 쏟아 냈다. 사안별로 어떤 내용들이 나왔는지 살펴본다.
쌀, 구곡까지 격리한다면 가격지지될 것
이군현 의원(새누리당, 통영·고성)은 “오전 정책협의회에서 쌀값 안정을 위해 남는 물량을 연내에 시장 격리키로 하고 우선지급금도 최대한 농민의 의견대로 처리해 달라 두 장관에게 요청했다”며 “농협에서도 이에 대해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정인화 의원(국민의당, 광양ㆍ곡성ㆍ구례)은 “신곡 뿐 아니라 구곡도 문제가 되고 있어 이것도 격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농협의 대책에 대해 질문했다.
김 회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시장격리”라며 “2015년산 구곡 21만톤도 함께 격리한다면 쌀 시세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농협도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린 1조6000억원을 들여 187만톤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매량이다.
황주홍 의원(국민의당,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은 “187만톤은 지난해에 비해 11만톤 늘어난 것으로 적은 수준”이라며 “매입량을 200만톤 정도로 상향 조정해 주고 올해 중 매입을 완료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수매지원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창고 개보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쌀 문제 해결에 농협의 모든 역량을 다 쏟겠다”고 밝혔다.
선박에 투입된 손실만 231억원이날 농협 계열사의 방만 경영 실태와 부실 대출에 대해서는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 흥성ㆍ예산)은 “2010년 농협 물류가 156억원을 주고 구입한 선박이 6년 동안 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선박관리비와 수리비로 170억원이 투입돼 손실만 총 231억원에 달했다”며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정인화 의원은 “2015년 말 기준 세후 당기수익 2745억원의 적자를 보였는데 이런 사례가 있느냐”면서 “6월 가결산 결과도 단기 순손실이 1795억원이나 된다”며 농협은행의 부실한 대출관리를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 창명해운 등 3개 기업의 부실채권이 1조2400억원이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만 상반기 1조3589억원을 기록했고 하반기 추가로 4000억원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9월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하고 올해 결산을 2000억~3000억원 흑자로 마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상반기는 조선·해운업 관련 대규모 부실을 한 번에 정리하면서 적자를 냈지만, 연말로 갈수록 이런 영향이 줄면서 흑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대손충당금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반기에 흑자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찬 의원(새누리당, 창원ㆍ진해) 역시 “경영이 너무 방만하고 중앙 직원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조직을 진단해 이런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반기 1차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교육부서 등을 통합하겠다”며 “연말까지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된 기능을 통폐합하고 1000여명 이상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조직진단 결과도 순차적으로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앙회 해외사무소를 연말까지 폐쇄하고 그 기능은 계열사의 현지법인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수출입 업무는 NH무역으로 양곡판매는 농협양곡으로 일원화해 사업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답변도 내놨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은 “단위농협 조합장이 선출도 못하는 중앙회장인데 농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며 “농협중앙회장 선출은 모든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원칙에 비춰서도 조합원 권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농협법 127조 1항 회장의 직무 규정과 관련 ‘회원과 그 조합원의 권익증진을 위한 대외활동’ 이외에는 모든 권한이 금융과 경제지주 대표 앞으로 돼 있는데 이 조항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무인헬기 사고 41%…조종 미숙
이날 현장에서 질의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이만희 의원(새누리당, 영천ㆍ청도)은 보도자료를 통해 무인헬기 사
고율이 4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무인헬기 보유대수 대비 사고율’ 자료에 따르면 무인헬기의 사고율은 2013년 41.9%, 2014년 41.3%, 2015년 40.0%로 나타났다. 연평균 41%에 달한다. 무인헬기는 지자체 50%, 중앙회 20%, 자부담(지역조합) 30%의 비율로 자금을 부담해 구입하고 있으며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의 장비인데 잦은 사고로 대 당 운영경비가 연평균 5490만원에 달하고 있다.
사고의 주 원인은 조종 미숙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67%가 접촉 사고로 조종미숙이 원인이라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판정이다.
이 의원은 “방제효율이 높아 영농현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무인헬기의 대부분의 사고가 조종 미숙, 즉 인재인 점은 의지를 가지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조종이 쉽고 운영비용이 저렴한 멀티콥터 보급을 추진하고 무인헬기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임기 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반드시 달성해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란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농협 국감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대출 금리 특혜에 대해 여야가 오전 내내 공방을 이어가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