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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가핵심연구소’, 한국은 ‘미량·4종 복합비료’

[쇠스랑] 차재선 기자

 

중국이 최근 작물활성제(biostimulant)와 기능성 비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국가핵심연구소’를 처음 가동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관련기사  2026.09.14. 「인터넷」 ‘중국 최초 작물활성제 연구·개발 연구소 문 열다’》 정작 남의 나라 얘기로만 가볍게 흘려버려선 안 된다. 이미 유럽연합(EU)은 4년 전에 작물활성제를 법으로 정의했고, 미국은 연방 차원의 정의를 담은 법안을 의회에서 다루고 있다. 브라질도 지난해 말 새 법으로 작물활성제를 제도권에 넣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작물활성제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다. 「비료공정규격」에 작물활성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을 별도로 관리하는 규격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업체들은 편법 아닌 편법을 쓴다. 해조류 추출물이나 아미노산 같은 작물활성 성분을 미량요소 복합비료에 섞어 ‘미량요소 복합비료’ 또는 ‘4종 복합비료’로 등록해 판다. 제품의 본질은 작물활성제인데 라벨은 비료다. 농가는 자신이 산 제품이 어떤 효과를 내는 것인지 알기 어렵고, 업체는 효능을 내세워 홍보할 근거가 없다. 시장은 있는데 이름이 없는 셈이다. 국제적으로는 해조류 추출물과 부식산, 아미노산 계열이 작물활성제라는 독립 범주로 묶여 관리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비료의 하위 항목 어딘가에 끼워 넣어 두고 있다.


바깥 사정은 다르다. EU는 2019년 비료제품규정(Regulation 2019/1009)을 제정해 2022년 7월부터 작물활성제를 ‘제품기능범주 6(PFC 6)’이라는 독립 품목으로 관리한다. 양분 이용효율, 비생물적 스트레스 내성, 품질 향상, 토양 양분 가용성 개선 가운데 어느 효능을 주장하든 시험 자료를 통해 통계적으로 입증하면 CE 마크를 붙여 유통할 수 있게 한다. 규제이자 동시에 ‘작물활성제는 검증된 제품’이라는 보증서다.


미국은 상·하원에 초당적으로 발의된 ‘2025 작물활성제법(Plant Biostimulant Act)’을 지난해 7월 하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서 다뤘다. 주(州)마다 제각각인 기준을 연방 정의로 통일하고, 농약법(FIFRA)에 잘못 분류될 위험을 없애 민간 연구개발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법안 설명에는 “브라질·중국·EU 농가와 경쟁하기 위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브라질은 2024년 12월 발효한 생물투입재법에 작물활성제를 명시하고 등록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중국은 한 발 더 나갔다. 농업농촌부가 승인한 국가핵심연구소를 민간기업 하이다생물그룹의 연구개발센터에 두고 업계 표준과 원천기술, 국제 경쟁력을 첫 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연구 우선순위도 작물 스트레스 내성, 양분 이용효율, 비료·농약 투입량 감축으로 못 박았다. 화학비료 감축 행동계획으로 수요를 만들어 놓고, 국가연구소로 기술과 표준을 공급하는 구조다. 2022년 기준 20억 위안 남짓, 50여 개 중소기업이 난립하던 시장을 국가가 표준으로 정리하고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신호다.


세계 작물활성제 시장은 지난해 44억 6,000만 달러에서 2031년 87억 7,000만 달러로 연평균 12% 성장이 예상되고, 그중 3분의 1이 해조류 추출물이다. 아시아·태평양이 가장 빠르게 큰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잘하는 품목, 가장 가까운 시장이다. 그러나 ‘4종 복합비료’라는 라벨로는 EU의 CE 마크도, 중국의 표준도 대응할 수 없다.


작물활성제를 인정하는 규격이 없으면 세 가지를 잃는다. 국내 농가는 검증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가릴 기준을 잃는다. 생산업체는 효능을 입증해도 그것을 내세울 자격을 잃는다. 산업은 EU·중국 기준과 맞물릴 수출 통로를 잃는다.


표준을 먼저 쥔 쪽이 시장의 규칙을 정한다. 중국이 국가연구소를 세워 추진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산 해조류 추출물이 국가 표준을 단 ‘검증된 작물활성제’로 들어올 때 국산은 여전히 ‘비료(미량요소 또는 4종복비)’라는 이름으로 맞서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친환경유기농자재 업계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지금이라도 고유의 작물활성제 제품을 정의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료공정규격」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물활성제를 정의·관리하는 것은 ‘방관’에서 벗어나 ‘규제’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효능을 입증한 제품에는 이름을 주고, 입증하지 못한 제품은 걸러내는 것이 ‘공정규격’의 본래 역할이다.


농촌진흥청이 답할 차례다. 「비료공정규격」에 작물활성제를 독립 품목으로 신설하고, 효능 입증 방법과 천연 유래 호르몬의 허용 기준을 함께 정하는 일은 더 미룰 사안이 아니다. 중국이 작물활성제 연구·개발 전담 '국가핵심연구소' 현판을 걸 때 우리는 아직 ‘미량요소 또는 4종복합비료’ 라벨을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