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벼 병해충을 무인항공기(드론)로 방제하는 농약은 살포 물량을 10아르(a)당 3ℓ 이상으로 해야 등록할 수 있고, 기체는 20ℓ급 이상을 쓰도록 권고된다. 이 기준으로 등록된 농약은 제품 라벨에 살포 물량이 표시된다. 소형 드론으로 적은 물량을 뿌렸다가 방제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어떤 크기의 드론으로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를 등록 단계에서 못 박은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실시한 무인항공 방제 실증연구 결과를 토대로 벼농사용 무인항공 방제 농약의 약효시험 기준을 개선하고 작물 잔류성 시험 기준을 새로 마련해 올해 안에 ‘농약 및 원제의 등록기준’ 고시에 반영한다.
약효시험은 멀티콥터(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비행체)의 살포 물량과 기체 규모 기준을 명문화했고, 잔류성 시험은 처리구 면적과 살포 물량 등 세부 기준을 처음 정하는 대신 현장 적용성이 낮았던 낙하분산조사를 폐지했다.
기준의 근거는 농진청이 지난해 수행한 실증시험이다. 드론 크기별, 살포 물량별로 벼멸구 방제 효과를 비교한 결과, 기체가 클수록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하향풍(아래로 부는 바람)이 강해져 약액이 벼멸구가 서식하는 벼 아래쪽까지 잘 도달하고 방제 효과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무인항공 방제는 넓은 면적을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어 벼농사를 중심으로 활용이 급증했지만, 드론 크기와 살포 물량에 따라 방제 효과가 들쭉날쭉해 현장에서 믿고 따를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진청은 소형 드론으로 적은 물량을 살포할 경우 방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2024년 충남·경남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벼멸구 대발생도 이러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살포 물량과 기체 규모를 명문화한 것은 이 같은 ‘방제 실패’ 논란을 등록 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무인항공 방제 농약의 작물 잔류성 시험 기준도 이번에 처음 마련됐다. 잔류성 시험의 처리구 면적을 무인헬기 525㎡, 멀티콥터 260㎡ 이상으로 정하고 살포 물량도 10a당 3ℓ 이상으로 명시하는 등 세부 기준을 신설해 시험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반면 현장 적용성이 낮았던 낙하분산조사는 폐지된다. 농약 등록평가에서 적용성이 낮다는 전문가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농진청은 이를 통해 등록시험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등록을 준비하는 농약 회사 입장에서는 시험 항목이 하나 줄면서 무인항공 살포 방법을 추가 등록하는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이번 개선안은 새로운 농약 사용 방법의 등록을 확대하기 위해 올 2월 구성된 민관 합동 특별팀에서 의견을 모아 마련했다. 농진청은 올 하반기 행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고시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전용 농약 개발 탄력…원예작물로도 확대
농진청은 제도가 정비되면 무인항공 방제 전용 농약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살포 물량·기체 기준이 없어 무인항공 살포용 등록 자체가 회사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지만, 시험기준과 라벨 표시 기준이 통일되면 드론 살포에 맞춘 제형과 사용법을 내세운 제품 경쟁이 가능해진다. 라벨에 살포 물량이 명시되는 만큼 약효 부진을 둘러싼 농가와 회사, 방제 사업자 사이의 책임 공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용 범위도 노지 벼에 그치지 않는다. 농진청은 원예작물에 대한 무인항공 살포 물량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고추 등을 대상으로 실증시험을 추진해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농진청 독성위해평가과 이경원 과장은 “이번 등록 기준 마련으로 일손 부족을 겪는 농업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 수요가 높은 농약 사용 방법과 관련해 등록 기준을 지속해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