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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News

전기·지하수 없어도 빗물 모아 밭에 물 댄다

농진청, 집수·전처리·저장·이송 무동력 통합기술 개발
장수·합천 실증서 하루 물 부족량 최대 57%나 감소
행안부 대한민국 재난안전 연구개발 대상서 장관상 수상

전기나 지하수 관정 없이도 빗물만 모아 밭작물에 물을 댈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은 마을 단위로 빗물을 모아 밭작물 관개용수로 활용하는 ‘무동력 통합 농업용수 공급 기술’을 이달 2일 공개했다. 이 기술은 같은 날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재난안전 연구개발 대상’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농진청에 따르면, 중산간·고지대 밭작물 재배지는 지하수 관정 개발이 어렵고 전력 공급에도 제약이 있어 하수 재이용이나 관정 등 기존의 대체 용수 확보 방식을 적용하기 힘들었다. 이번 기술은 별도 동력원 없이 빗물을 모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밭에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비가 내릴 때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 버리는 강우 유출수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농업용수로 되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은 ‘집수-전처리-저장-이송’ 네 단계로 구성된다. 지표면을 흐르는 빗물을 집수장치에 모은 뒤 원심력을 이용한 하이드로 사이클론으로 흙과 이물질을 걸러낸다. 걸러진 물은 주 물탱크에 저장되고, 탱크가 가득 차 넘치는 물은 다음 탱크로 넘어가 마을 단위로 필요한 용량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저장한 물은 낮은 곳에는 높이차를 이용해 흘려보내고, 높은 곳에는 수격펌프로 최대 12m 높이까지 동력 없이 끌어올린다. 하이드로 사이클론의 분리 효율은 최대 96%, 집수장치의 최대 집수량은 시간당 8.4㎥다.

 

연구진이 기후·지형 여건이 다른 전북 장수와 경남 합천 두 곳에서 2023년 4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현장 실증한 결과, 하루 평균 물 부족량은 최대 57% 감소했다. 합천의 경우 하루 물 부족량이 98.3㎥에서 41.3㎥로 줄었다.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최대 연속 물 부족 일수도 18~21일에서 13~16일로 단축돼 가뭄 장기화 때 피해를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통합시스템 자체 생산량은 하루 평균 27㎥ 수준이었으며, 18개 기후모델과 미래 기후 시나리오(SSP2-4.5, SSP5-8.5)를 적용한 검증에서도 물 부족량 감소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은 이 기술이 지하수 관정 개발이 어렵고 전력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중산간·고지대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농림축산식품부·지방정부와 협의해 가뭄 대비 용수개발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극한 가뭄에 대비해 소규모 지하수와 연계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다. 집수·수처리·수격펌프 등 요소 기술은 축산·조경·재난 대응 임시 급수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김병갑 국립농업과학원 밭농업기계과장은 “전기도, 끌어다 쓸 물줄기도 없는 농촌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후 위기 시대에 밭작물 가뭄 피해를 줄이는 실질적 대안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