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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실전기

길림 주문회장에서 ‘영구 독점’ 대륙 판권 쥐다

[시리즈_②도약] 한원도중앙연구소, 중국 농업시장 진출 10여년
7월 29일 길화 대리점 주문회서 인석광산 총판 수권식…3개 권리 이양
이근호 이사 “두 번째 동급 총대리점 두지 않겠다”…영구 독점권 부여
1년여 현장실사 끝에 길화 서방비료 선정…하루 1,000톤 생산능력 갖춰
3일 차에 쑹위안 대리점 방문…진열대엔 ‘아미노한농’ 제품이 주력으로

 

〈중국 길림성 길림시·쑹위안〉 지난 7월 29일 오후 2시 3분, 길림시의 한 연회장 무대 위에 네 사람이 올랐다. 흰 셔츠 차림의 중국 측 인사가 액자에 든 수권패(授權牌)를 정장 차림의 한국 측 인사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4분 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붉은 글씨 여섯 자가 떴다. ‘中韩携手 共创农业新未来(중한휴수 공창농업신미래)’. 중국과 한국이 손잡고 농업의 새 미래를 함께 만든다는 뜻이다. 그 아래로 ‘聚力仁石新机遇(취력인석신기우)’가 따라 붙었다. 仁石(인석)은 한원도중앙연구소가 중국 현지에 세운 광물회사의 상호다.


이날 ‘길화화비공장 2027년도 대리점 주문회’(2027 吉化化肥经销商峰会)에서 체결된 계약은 인석광산 전 제품의 중국 대륙 독점 총판권이다. 2015년 트럭에 비료를 싣고 동북3성 농촌을 돌던 회사가 이제 중국에서 캔 원료로 만든 제품을 중국 유통기업에 맡겨 대륙 전역에 공급하는 단계로 옮겨간 것이다.

 

대리점 주문회 한복판에 자리한 총판 수권식


주문회는 대리점과 공장이 이듬해 물량을 미리 주문받는 자리다. 개회 40분 전인 낮 12시 58분 스크린에는 주최 측 홍보영상이 돌았다. 옥수수밭에서 직원이 농업인에게 잎을 뒤집어 보이는 장면 아래로 ‘好化肥 吉化选(호화비 길화선)’이라는 문구가 지나갔다.


오후 1시 39분 개회사가 시작될 무렵 주문회장에는 5인용 원탁 50개가 들어차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250여 명의 대리점주가 참석했다. 양쪽 벽에는 중화화비(中化化肥)와 운남운천화집단(云南云天化集团), 대련중농(大连中农) 등 중국 각지 대형 농자재 유통기업이 보내온 붉은 축하 현수막이 늘어섰다. 무대 옆에는 승용차 두 대도 전시돼 있었다.

 

 

이근호 이사 축사…“총대리점 영구 독점권 부여”


한국 측 순서는 오후 1시 55분에 왔다. 이근호 한원도중앙연구소 이사가 연단에서 축사를 했다. 이 이사가 이날 부여한다고 밝힌 것은 세 가지 권리다. 중국 대륙의 유일한 독점 수입권과 총대리 운영권, 브랜드·상표와 두 건의 핵심 특허 기술자료·원산지 증명서를 포함한 전 제품 기술자료의 합법적 사용권, 그리고 한·중 공동 연구개발 실험실 설립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권리의 기한이다. 이 이사는 축사에서 “앞으로는 두 번째 동급 총대리점을 더 이상 설립하지 않겠다”며 “길화 서방비료의 독점 시장 권익을 전력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밝힌 계약 형태는 기간을 정한 총판 계약이 아니라 ‘영구 독점 총대리권’이다. 길화 서방비료는 이를 근거로 중국 전역에서 대리점을 모집하고 농자재박람회 참가와 포장(圃場) 견학 등 홍보활동을 벌일 수 있다.


이 계약은 갑자기 성사된 것이 아니다. 인석광산과 한원도중앙연구소는 1년 남짓 중국 내 복수의 후보기업을 놓고 현장실사와 자격심사를 진행했다. 이 이사가 축사에서 밝힌 선정 이유는 세 가지다. 원공장 원포장 형태로 중국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수출입 자격과 운영 역량, 흑토(黑土)와 작물별 재배 수요를 아는 동북 시장 경험과 농업기술팀, 단기 성과보다 품질로 장기 시장을 만든다는 경영철학이다.


총판을 맡은 길화 서방비료(吉化缓控释肥料(吉林)有限公司)는 2023년 설립된 비료 생산기업이다. 길림시 영길경제개발구에 약 5만㎡ 규모의 사업장을 두고 BB비료(掺混肥料)와 완효성·제어방출비료, 복합비료를 만든다. 하루 생산능력은 약 1,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나타나 있다. 2017년 설립돼 비료 판매와 물류·수출입을 맡는 길림중길화화비료수출입무역유한회사(吉林中吉化化肥进出口贸易有限公司)와 같은 주소를 쓰고 경영진도 겹친다. 한원도 측은 두 회사를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유통망만이 아니라 현지 토양에 맞춰 다시 만들 수 있는 생산·연구 기반까지 함께 확보한 셈이다.

 

단동 광산과 북태평양 실험실…원료의 두 갈래


이 이사는 축사에서 인석광산의 기술 기반을 두 갈래로 설명했다. 하나는 천연 한대(寒帶) 광물자원이다. 고순도 제올라이트와 석영, 백운석, 맥반석, 한대 조개 화석 등을 자체 광산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심해 농업 생물활성물질로, 북태평양 고위도 냉수 해역에 추출 실험실을 두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나온 천연 광물 플라즈마 이온화 나노 추출 기술과 40℃ 심해생물 저온 효소분해 추출 공정이 전 제품의 연구개발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생산 기반도 갖췄다. 회사는 코로나19로 멈췄던 중국 사업을 2022년 재개한 뒤 2024년 인석광산을 세우고 같은 해부터 요녕성 단동지역의 광산 운영을 시작했다. 원료를 사 오던 회사가 원료를 캐는 회사로 바뀐 것이다.

 

승용차 추첨까지…주문회장의 마지막 한 시간


수권식이 끝난 뒤 무대는 다시 주최 측 순서로 돌아갔다. 오후 2시 21분부터는 ‘공훈탁저상(功勋卓著奖)’ 시상이 이어졌고, 붉은 표지의 영예증서(荣誉证书)를 받아 든 대리점 관계자 10여 명이 무대에 도열했다. 그 옆자리에 인석광산의 이름이 함께 걸린 것이 이날 대회장의 풍경이었다.
대리점주들은 1박2일 일정으로 주문회 전날 호텔에 초청돼 환영 만찬과 공연을 함께했다. 주문회 막바지에는 2027년도 계약 금액을 12만 위안 이상과 9만 위안 이상, 6만 위안 이상 세 단계로 나눠 추첨을 통해 현장에서 승용차를 수여하기도 했다.

 

10년째 중국 농업현장 함께 도는 안인 박사


기술분야 컨설팅은 한국 전문가가 맡고 있다. 농학박사이자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상근부회장인 안인 박사는 2016년부터 한원도중앙연구소 기술고문으로 인삼 전용비료와 염제거제, 아미노산비료 등의 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이근호 이사와 함께 중국 각지 농업현장을 돌며 대리점과 농가를 대상으로 토양·영양관리 기술강의를 이어 왔다. 안 박사의 기술철학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쑹위안 대리점 진열대에서 확인한 한국 제품


출장 셋째 날, 공항으로 향하기 전 들른 곳은 길림성 쑹위안(松原)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길림지화유한회사(吉林吉化有限公司)였다. 아미노한농 제품을 주력으로 파는 곳이다.


매장 흰 선반에는 파랑·보라·초록 액제 병들과 봉지 제품, 4ℓ들이 대용량 통이 층층이 올라 있었다. 벽 상단 녹색 띠에는 미국계 농약회사 알바우(ALBAUGH·美苗保集团)의 로고와 벼(水稻) 관련 문구가 걸렸다.


이어진 미팅 자리는 소박했으나 진지했다. 긴 흰 테이블 양편으로 한국 측과 대리점 측 관계자들이 마주 앉아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캔 음료와 과일 접시 사이에 놓여 있는 옥수수 한 자루가 눈에 띄었다. 쑹위안은 중국 동북의 옥수수 주산지다. 특히 이날 오간 이야기의 무게가 어디에 실렸는지를 보여주는 농산물이었다.

 

오는 10월 국내 자체공장…농약까지 넓힌다


한원도중앙연구소는 오는 10월 한국에 자체 공장을 세운다. 제품개발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수출까지 직접 잇겠다는 구상으로, 토양개량제와 아미노산 등을 활용한 액상비료를 만든다. 사업영역도 농약까지 넓힌다. 2025년 중국에서 농약 관련 라이선스 3건을 신청해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이근호 이사는 “지난 10년이 중국 현장에서 실패하고 배우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경험을 한국의 연구개발과 생산능력으로 연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 현장에서 확보한 광물자원, 중국 전역의 유통망을 결합해 농업인들의 다양한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