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이 개발한 녹색배가 크기로 승부해온 기존 갈색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녹색배는 기존 ‘신고’ 중심의 갈색배 시장에서 소비자가 새로운 품종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고 품종별 강점이 뚜렷해 향후 시장점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신고’의 재배면적은 1990년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 85.4%라는 다소 기형적인 편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신고’ 편중은 일시 출하로 인한 가격불안,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멀어짐은 물론 냉해 등 기상재해 취약성까지 드러내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25일 농진청은 전남 나주시에서 개최한 기자단브리핑을 통해 명절 선물용의 큰 배 중심 시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녹색배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윤수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은 “무엇보다도 배 시장이 침체의 위협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가 명절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평소에도 맛있는 국산 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나주시는 국내 육성 품종 비율이 25.8%로 전국 평균(14.6%)의 약 1.8배인 만큼 녹색배 품종 확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이날 윤 부장은 차별화된 장점을 지닌 대표적인 녹색배 품종으로 ‘설원’, ‘슈퍼골드’, ‘그린시스’ 등을 소개했다.
‘설원’은 9월 상순에 수확하는 조생종으로 평균 무게 600g, 당도는 14브릭스 이상으로 단맛이 뛰어나고 과육이 아삭하며 갈변 속도가 느려 조각 과일용으로 활용성이 높다.
특히 나주시는 ‘설원’을 지역 특화 품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3헥타르(ha) 규모의 전문 생산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2030년 30ha까지 재배 면적을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밝힌 바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설원’에 대해 핵심 재배 기술을 지원하고 나주배원예농협은 우수 묘목 생산과 공급 기반을 마련하며 나주시는 농가 품질 관리 지도와 유통 관련 행정 사항을 지원하게 된다.
‘슈퍼골드’는 9월 상순에 수확하는 조생종으로 평균 무게는 570g, 당도는 13.6브릭스 수준이며 은은한 산미가 있어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중도매인 대상 시장성 평가에서 선호도 1위를 차지할 만큼 맛과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그린시스’는 9월 중순에 수확하는 중생종으로 평균 무게는 460g, 당도는 12.3브릭스 수준이다. ‘그린(Green)’과 ‘오아시스(Oasis)’를 합친 이름처럼 녹색 껍질과 풍부한 과즙,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특히 검은별무늬병에 강해 안정적인 생산에 유리하며, 상온에서 약 30일까지 저장할 수 있다.
윤 부장은 “녹색배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 관리를 위해 지방정부, 전문유통조직이 참여하는 생산단지 조성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설원’은 울산·나주 등 주산지를 중심으로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에 과수 신품종 보급이 더딘 이유가 있다. 과수는 약 20~30년 과원 갱신기에 새 품종을 심기 때문에 보급이 오래 걸린다. 특히 배는 주 품종으로 자리잡으면 50년 이상 재배로 갱신이 더욱 어렵다. 그러나 최근 국내 육성 품종이 늘고 ‘신고’ 중심 재배의 한계에 대한 인식도 확산하면서 갱신을 희망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나주에서 ‘설원’과 ‘슈퍼골드’를 재배 중인 김지현 해오름영농법인 대표는 “‘신고’를 오랫동안 재배해 왔지만 소비자에게 다양한 맛의 배를 선보이고 싶어 품종 갱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농진청은 이상기후와 병해충에 대응하기 위해 개화기가 늦은 품종, 자가결실성 품종, 화상병·검은별무늬병 저항성 품종 등 안정 생산형 품종을 육성할 계획이다. 보급 단계에서는 재배기술과 식별 기준을 마련하고 생산단지 조성, 유통·소비 홍보를 연계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