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6 (일)

  • 맑음동두천 28.0℃
  • 구름많음강릉 25.8℃
  • 맑음서울 28.7℃
  • 맑음대전 28.7℃
  • 구름많음대구 27.3℃
  • 구름많음울산 25.8℃
  • 구름많음광주 28.6℃
  • 구름많음부산 28.4℃
  • 맑음고창 27.9℃
  • 맑음제주 28.3℃
  • 맑음강화 27.2℃
  • 구름많음보은 25.5℃
  • 구름많음금산 26.5℃
  • 구름많음강진군 30.0℃
  • 구름많음경주시 26.7℃
  • 흐림거제 26.4℃
기상청 제공

테마기획

“국제 비료값, 2028년까지 안 내려간다”

[글로벌 특집Ⅰ] 국제 무기질비료 가격 전망
CoBank 파트카 “중동 파장에 소싱 복잡화 2027년 이후 지속”
암모니아·황 공급 차질에 인산질 비료 가격만 나홀로 고공행진
중동 암모니아 공장 31곳 잇달아 가동 중단…러시아 20곳 피해
NDSU, 2027년 요소 가격 496달러·DAP 666달러 유지 전망
한국 비료 판매가도 국제 원자재 시세 상승 영향 흡수 불가피

 

중동 사태로 촉발된 국제 비료 가격 강세가 일회성 급등이 아니라 적어도 2028년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국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가격 파동이 교역 흐름의 재편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중동발 위기는 생산시설 자체가 훼손된 데서 비롯된 것이어서 회복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협동조합은행 코뱅크(CoBank)의 지식교류(Knowledge Exchange) 플랫폼에 실린 최신 보고서에서 자키 파트카(Jacqui Fatka) 농자재·바이오연료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분쟁의 파장이 공급 부족과 맞물려 2027년 이후까지 비료 가격을 끌어올리고 소싱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가용성과 구매력에 대한 우려가 이미 수요 파괴와 구매 연기로 이어지면서 가격 전망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비료위기 2022년과 원인이 다르다”

 

2022년 비료값 급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역 경로 자체가 뒤바뀐 데서 비롯됐다면, 이번 위기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진단이다. 당시엔 물량은 살아있는 채로 수입선만 바뀌었지만, 이번엔 생산설비가 직접 파손되거나 가동이 멈추면서 복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이번 혼란은 재편된 교역 흐름보다는 훼손된 생산능력과 원료 제약, 불확실한 복구 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미국 농자재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더 오래 지속되는 위험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농가에 댈 물량은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수요가 둔화할 경우 고가 재고를 떠안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노스다코타주립대(NDSU) 농업위험정책센터는 2027년 평균 비료 가격을 △요소(尿素) t당 496달러 △인산이암모늄(DAP) 666달러 △인산일암모늄(MAP) 660달러 △암모니아 619달러 △요소·질산암모늄혼합액(UAN) 361달러로 각각 제시했다. 중동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4월 추정치보다는 낮아졌지만, 요소·DAP·암모니아·UAN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웃돈다.

 

 

 

중동 암모니아 공장 31곳이 가동 멈춰...러시아도 큰 피해

 

중동은 국제 비료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 지역은 연간 6,000만t 이상의 비료·원료를 세계에 공급하며, 이 중 4,500만t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송된다.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유황(硫黃)의 50%, 세계 요소 수출 물량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분쟁으로 비료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과 시설 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중동 지역 암모니아 공장 31곳이 분쟁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거나 완전히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됐다.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에서도 원료 부족으로 49개 공장의 가동이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최소 20개 공장이 피해를 입어 세계 공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농자재 유통업계는 이 중에서도 인산이암모늄(DAP)·인산일암모늄(MAP)에서 가격 노출이 가장 크다는 평가다. 미국 내 요소·DAP/MAP 수요의 67%는 자국 생산으로 충당되지만, 나머지 중 요소의 12%, DAP/MAP의 17%가 페르시아만을 거쳐 들어온다. 반면 칼리(potash)는 98%가 자국 생산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꼽힌다.

 

 

요소 국제가격은 내렸어도 안심하긴 일러

 

질소 비료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농가들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질소 시비(施肥)량만큼은 좀처럼 줄이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런 패턴은 2008년과 2022년에 이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다만 2022년과 달리 곡물 가격이 함께 반등하지 않아 구매력 부담은 오히려 더 큰 상황이다.

 

요소 가격은 분쟁 이전부터 이미 상승세였는데, 정작 가격이 오르자 수요가 꺾이는 역설이 나타났다. 4월부터 6월 사이 국제 요소 수요는 구매력 약화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 27% 감소했다. 이후 중국이 요소 수출 시장에 복귀하면서 가격 압박이 다소 완화됐고, 6월 중순 미국 걸프만(NOLA) 요소 가격은 t당 386달러까지 내려 중동 사태 이전보다 18%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여름철 질소 선구매(fill) 실적은 오히려 호조를 보였다. 요소·질산암모늄혼합액(UAN) 선구매 물량은 예상보다 많았고, 공급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물량을 소진하면서 가격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가격표가 철회되는 일도 벌어졌다. 무수암모니아(NH3) 역시 선구매 프로그램이 100% 소진됐다. 통상 선구매 가격이 연중 최저가를 형성하는 경우가 약 80%에 달하는데, 가을 옥수수 선물가가 부셸당 4달러대에 머물면서 올해가 나머지 20%에 해당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산질 비료의 공급은 여전히 더 타이트

 

인산질 비료 시장은 훨씬 팍팍하다. 전쟁 이전부터 세계 인산 공급은 빠듯했는데, 암모니아와 황 가격 상승이 생산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인산질 비료 생산의 최대 변동비 항목인 암모니아와 황 중, 세계 10대 암모니아 수출국 가운데 3곳이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자리한다는 게 근본적 취약점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인산 비료 생산·수출국인 중국은 8월까지 인산 수출을 금지한 상태이며, 높은 황 가격이 이어질 경우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조사업체 아거스(Argus)는 2026년 세계 인산질 비료(DAP·MAP·삼중과인산석회(TSP)) 소비량이 원료 부족과 가동 축소로 13% 줄고, 생산량 전망치도 기존 6,900만t에서 6,000만t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와 브라질이 세계 소비 감소분의 39%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NDSU는 중국이 4분기 중 수출 금지를 해제해 중국산 DAP 300만t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을 40%로 제시했다.

 

미국 인산비료업체 모자이크(Mosaic)는 황 원가 부담으로 생산을 줄였지만, 시장이 개선되면 즉시 재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자이크 최고경영자는 투자자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이 예년 수준의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국제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모로코산 인산비료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8개월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미국 걸프만(NOLA) DAP 가격이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어서 실제 수입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농가들은 질소는 지키고 인산·칼리는 줄인다

 

비료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농가의 시비 전략도 바뀌고 있다. 미국 농가는 최근 몇 년간 시비량을 급격히 줄이기보다 토양 검정과 가변시비(variable-rate) 기술을 적극 활용해 수확량을 지키는 쪽을 택해왔다. 과소 시비가 오히려 비료값 인상보다 생산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질소는 유지한 채 인산·칼리 시비량만 선별적으로 줄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는 다음과 같다. △농가의 인산·칼리 시비량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10~15% 감소했다 △2008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질소·인산·칼리(NPK) 시비량이 20% 줄었다 △미국 내 DAP·MAP 소비 중 수입 비중은 2025년 29%로 2004년(3%) 대비 크게 늘었다 △미국 유통업체가 보고한 올가을 인산 시비 전망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5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파트카 이코노미스트는 “시비량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으면 2~3년의 시차를 두고 수확량 감소가 나타난다”며 “이제 문제는 수확량 손실 없이 토양 양분을 얼마나 더 '캐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비료 시장도 국제 시세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암모니아·요소 생산은 2012년 이후 사실상 끊겨, 화학비료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뀐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면 그 충격이 시차 없이 국내 시장으로 옮겨붙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비료 생산량은 2023년 175만t으로, 2000년(373만t)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실제로 국내 비료값도 이미 오름세로 돌아섰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월 ‘2026년 제1차 비료공급 자문위원회’를 열고 요소 등 화학비료의 농협 판매가격을 t당 82만 5,000원에서 87만 1,000원으로 5.6% 인상했다. 정부 지원단가가 지난해 t당 8만 원에서 올해 6만 4,000원으로 줄면서 농업인이 실제 부담하는 구매가는 8.3%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들이 요소 비료 한 포대 가격도 지난해 1만 4,400원에서 올해 1만 6,250원으로 뛰었다. 자문위원회는 “농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농업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사태로 국제 비료 가격이 2028년까지 구조적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이번 전망을 감안하면, 고환율과 원자재 수입 의존 구조가 겹친 국내 비료 시장 역시 추가 가격 조정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체, 재고와 소싱의 이중고 떠안아

 

가격 강세가 가을까지 이어지면 농가들이 시비 시기를 봄으로 미룰 유인(誘因)이 커진다. 이 경우 유통업체는 짧아진 파종기 안에 물량을 대야 하는 물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금리가 6~8%에 달하는 상황에서 봄까지 재고를 이월하는 데 따르는 캐리 비용(carry cost)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부 비료기업은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콜에서 세계적으로 시비량이 줄면 수확량이 소폭 감소해 오히려 곡물 가격을 지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통업체가 고가에 매입한 재고를 떠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소 완화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질소와 인산 공급이 여전히 생산 차질과 원료 제약, 불확실한 교역 흐름에 노출된 반면 칼리는 운송비 상승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통업체의 최대 과제는 결국 공급 안정성과 재고 리스크 사이의 균형이며, 농가로서는 인산·칼리 시비 축소 흐름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후 우려했던 극단적 수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업계는 앞으로 몇 작기(作期) 동안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관리하기 까다로워진 비료 비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