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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특화작목 생산액 첫 ‘10兆 시대’…지역 새 성장동력 키운다

농진청 1차 종합계획 5년…생산액 7.8조→10.6조 원, 34.8% 증가
10a당 농업소득 571만원, 전국 평균의 6.5배…만족도 3년 연속↑
참외·수박‧옥수수·딸기·유자 등 대표성과로 지역 농업 경쟁력 확인
2차 계획 예산 90억→168억 확대… “2030년 생산액 13조 목표”

 

농촌은 늙어가고, 인구는 줄고, 생산비는 오른다. 모든 지역에 같은 작물을 같은 방식으로 심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농정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 '평준화의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정책이 지역특화작목 육성 사업이다. 지역마다 다른 기후·토양·재배 경험에 과학기술을 더해 그 지역만의 무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2021년부터 5년간 추진한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의 성적표를 이달 17일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숫자가 전략의 손을 들어줬다.

 

 

‘10.6조 원 농업’…소득은 전국 평균의 6.5배

 

2024년 전국 지역특화작목 생산액은 10조 6,000억 원. 2020년 7조 8,000억 원에서 34.8% 늘며 처음으로 ‘10조 시대’에 들어섰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9개 대표작목은 같은 기간 54.2%, 시장성이 검증된 18개 집중육성작목은 53.0% 성장했다. 한정된 예산을 유망 작목에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 평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체감 지표인 소득도 함께 움직였다. 2024년 특화작목 재배면적 기준 10a(아르)당 농업소득은 571만 7,000원으로 2020년보다 18.8% 증가했다. 이는 전국 농가 평균 농업소득의 6.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원물 생산에 머물지 않고 가공·유통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가공판매액 역시 2조 5,000억 원에서 3조 4,000억 원으로 33.9% 늘었다.

 

정책에 대한 농업인들의 평가도 우상향이다. 육성사업 수혜 농가 만족도는 2023년 70.0%에서 2024년 73.0%, 2025년 75.7%로 3년 연속 올랐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지역 여건에 맞춘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 전문 컨설팅이 농가 현장에서 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참외·수박·옥수수·딸기·유자…다섯 가지 성공 방정식

 

성과는 추상적 수치가 아니라 구체적 품목으로 드러난다. 농진청이 꼽은 ‘대표성과 TOP5’는 저마다 다른 해법을 보여준다.

 

경북 참외는 수출 작물로 변신했다. 수경재배 기술로 10a당 생산성을 1.7배(3,645→6,374㎏)로 끌어올렸고, MA포장·저온저장 등 장거리 수출 기술을 더해 수출국이 한 곳도 없던 상태에서 15개국으로 확대됐다. 생산액은 3,856억 원에서 6,927억 원으로 뛰었다.

 

전북 수박은 ‘비용 절감’의 사례다. 씨없는 수박 생산에 필수인 불임꽃가루를 국산화해 채집량을 36.2% 늘리고 경영비를 32% 줄였다. 보온 소형터널 자동화로 개폐 노동력은 97%나 감소했다. 비상품과를 활용한 머슬파우더·수박세럼 등 업사이클링 가공품 8종도 새 부가가치를 만들었다.

 

강원 옥수수는 종자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품종을 35종에서 43종으로 늘리고, 찰옥수수 종자 시장 점유율을 77%에서 86%로 끌어올렸다. 충남 딸기는 '킹스베리' 등 프리미엄 품종과 관부냉방 기술로 승부했다. 관부냉방 적용 시 수확 개시기가 30일 앞당겨지고 수량은 11% 늘었다. 전남 유자는 씨없는 품종 '다전금'과 갈변 억제 기술로 유통기간을 3주에서 3개월로 늘리고 부패율을 74% 낮춰, 가공·수출의 길을 열었다.

 

 

농가도 면적도 덜 줄었다… ‘농촌 지킴이’의 역할

 

지역특화작목은 농촌의 생산 기반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도 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재배면적이 3.8%, 농가 수가 5.9% 줄어드는 동안, 특화작목 재배면적은 0.3%, 재배 농가는 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농촌 전반의 위축 속도를 특화작목이 상대적으로 막아냈다는 의미다.

 

다만 그늘도 분명하다. 대표·집중육성작목이 빠르게 큰 반면 장기 육성 대상인 자체육성작목 42개의 성장은 더뎠다. 특화작목연구소의 연구 인력 감소, 연구시설·장비 노후화, 고령·중소농의 스마트농업 활용 부담 등은 다음 5년의 숙제로 남았다.

 

 

2차 계획, 예산 두 배…“지역 농산물에서 지역 농산업으로”

 

농진청은 이 같은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제2차 종합계획을 준비 중이다. 핵심은 작목의 성장 단계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하는 ‘선순환 구조’다. 유망 작목은 발굴해 키우고, 성장성이 확인된 작목은 집중육성·대표작목으로 끌어올리며, 검증된 작목은 공동연구·국가브랜드·수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6년 관련 예산을 90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을 자체육성작목까지 넓힌다. 목표는 2030년까지 생산액 13조 원, 가공판매액 4조 3,000억 원, 10a당 농업소득 700만 원이다.

 

이승돈 청장은 “제1차 종합계획을 통해 지역특화작목이 농가소득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강점에 과학기술을 더해 단순한 지역 농산물이 아니라 생산·가공·유통·수출이 연계된 지역특화 농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