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피오’ 공동판매 1년 만에… 판매권 회수 논란

  • 등록 2026.08.23 21: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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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인시피오_⓵판매권 공유, 그리고 회수
신젠타코리아, 팜한농·한국삼공에 ‘회수’ 방침 통보?
해당업체 “갑작스런 통보에 당혹…대처방안 협의 중”
3개사 판매량 90만병 넘겼지만, 유통가격은 ‘반토막’
공급가 5만6000원(100㎖)…시장선 3만원 이하 판매

신젠타코리아가 ‘혁신 살충제’로 내세워온 인시피오의 판매권을 팜한농·한국삼공에 나눠준 지 1년 만에 도로 거둬들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원 계약 당사자인 두 회사조차 “갑작스러운 통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판매를 맡아온 팜한농과 한국삼공에서는 인시피오 가격이 공급가의 절반 수준까지 무너져 “팔수록 손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농약업계에 따르면, 신젠타코리아는 최근 팜한농과 한국삼공에 2027년부터 인시피오 판매권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젠타코리아는 지금까지 판매권 회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으며, 결정·통보 과정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과 유통 현장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농업인 사용경험 확대한다더니 1년 만에 회수


인시피오는 글로벌 신젠타가 12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상용화한 ‘플리나졸린(PLINAZOLIN®) 기술’ 기반의 신물질 살충제다. 신규 유효성분 ‘아이소사이클로세람(Isocycloseram)’이 핵심이다.


신젠타코리아에 따르면, 인시피오는 기존 살충제와 다른 새로운 작용기작으로 응애는 물론 총채벌레·나방·노린재까지 방제 범위를 넓혔다. 응애의 알부터 성충까지 전 생육단계에 효과를 내고, 강력한 접촉독 활성에 약제 살포 한 시간 뒤에는 폭우가 쏟아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내우성(耐雨性)을 갖췄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2022년 등록 이후 2023년 국내 출시 첫해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인스팅트 앤 리즌(Instinct & Reason)’의 국내 농업인 설문조사에서 응애 약제 고객만족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사과·배·복숭아·포도·고추·배추 등 36개 작물에 등록됐으며, 미국 수출용 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11월 “혁신 제품에 대한 국내 농업인의 사용경험을 확대하겠다”며 팜한농·한국삼공과 인시피오 판매원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부터 3개사 공동판매 체제가 가동됐다. 계약 당시 17개 작물·39종 해충이던 등록 범위를 31개 작물·57종으로 넓히는 절차도 함께 진행하는 등 등록 확대와 유통망 확대를 나란히 밀어붙이는 모양새였다.


당시 조승영 신젠타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더 많은 농업인들이 최신 기술의 혁신 제품에 접근하고 강화된 기술 지원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혁신적인 제품 솔루션과 선진 농업기술 도입을 통해 국내 농업인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유통망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지 1년 만에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리려는 셈이다.

 

 

“전임 대표가 결정한 사안”…석연찮은 회수 배경


신젠타코리아는 판매권 회수 방침의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안팎에서는 “인시피오 판매원 계약은 현 대표이사(조승영)가 취임하기 이전에 전임 대표이사(박진보)가 결정하고 추진한 사안이라서 올해 부득이하게 계약을 이행했으나, 현 대표이사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다. 경영진 교체가 1년짜리 공동판매의 배경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당시 농약업계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시피오는 글로벌 신젠타 입장에서 ‘획기적인 신제품’인데도 한국 시장 매출이 저조해 (글로벌 신젠타의) 문제 제기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두 회사의 판매력을 끌어들였고, 실지로 올해 인시피오 매출액이 신젠타코리아 혼자서 팔 때보다 많이 늘었다”고 추정하는 분위기다.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두 회사의 전국 유통망을 ‘지렛대’로 활용한 뒤 판권을 되가져가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판매량 ‘제법’ 늘었는데 시중 유통가격 ‘곤두박질’


실제 판매 실적은 공동판매 체제 이후 뚜렷하게 늘었다. 신젠타코리아가 단독 판매한 지난해 인시피오 출하량(농약연보 기준)은 100㎖ 환산 64만여병(40㎖ 10만여병 포함), 금액으로는 290여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3개사 공동판매로 전환한 올해는 4월 현재 판매량이 이미 90만병을 넘어서 넉달 만에 지난해 연간 물량을 추월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올해 1월 신젠타코리아로부터 팜한농 30만병, 한국삼공 20만병을 선구매 방식으로 공급받아 7월 현재 85%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판매 속도를 제품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로만 보지 않는다. 공동판매 넉 달 만에 90만병을 돌파한 것은 팜한농·한국삼공이 갖춘 강력한 전국 유통망과 현장 밀착형 영업력이 만들어 낸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가격이다. 올해 인시피오 공급단가(농협 계통)는 100㎖ 5만 6,000원, 40㎖ 2만 3,500원으로 3개사 모두 동일하며, 지난해 신젠타코리아 단독판매 때와도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 유통가격은 공급가의 절반 수준인 100㎖ 기준 3만 원 이하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격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대체적인 반응은 “같은 제품을 세 회사가 동시에 팔면서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불어나 유통 채널 간 출혈 경쟁이 가격 붕괴를 불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를 유통사 간 단순 출혈 경쟁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동일 제품을 세 채널에 일제히 풀면서도 채널별 물량과 가격 질서를 지켜줄 채널 보호 전략을 신젠타코리아가 마련하지 않았고, 물량 관리에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 가격 붕괴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해당업체에서 “가격이 무너져 팔수록 손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당업체의 한 관계자도 일부 지역의 저가 판매에 대해 “지역 내 경쟁 상황에 따라 해당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가 하면, 신젠타코리아가 ‘응애 전문약’으로 홍보해 온 응애 시장에서는 방제가(효과)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가 약제인 인시피오가 출시 3년을 지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저항성 문제와 함께 ‘응애 밀도가 높아지면 잘 안 듣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요즘은 효과 면에서 응애가 잘 안 잡히는데 가격은 나방 약제 수준이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판매권 회수 통보받은 두 회사는 “당혹스럽다”


사실상 판매권 회수 통보를 받은 두 회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갑자기 통보받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런 전례가 없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내부 관련부서에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원 계약을 1년 만에 일방적으로 되돌리는 데 대해 두 회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고, 유통 현장 역시 의아해하면서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혁신 신물질의 ‘사용 경험 확대’를 내걸었던 공동판매 실험이 가격 붕괴와 판권 회수 논란만 남긴 채 1년 만에 막을 내릴 처지에 놓인 게 분명해 보인다.


업계의 비판은 신젠타코리아의 ‘상도의’로 향한다. 파트너사의 유통망을 지렛대로 활용해 판매량을 끌어올린 뒤 1년 만에 일방적으로 판권을 되가져가려는 행태를 정상적인 거래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장 농업인의 혼란 방지와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국내 농약 제조회사들의 오랜 관행과도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당장 내년 시장도 문제다. 이미 공급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은 유통가격이 신젠타코리아 단독판매 체제로 돌아간다고 해서 곧바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유통 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판매원 계약의 신뢰 문제와 무너진 가격 질서를 어떻게 수습할지, 신젠타코리아가 언제 어떤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차재선 기자 cha60@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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