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비료 싣고 중국 농촌 구석구석을 누비다

  • 등록 2026.08.14 20: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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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_①개척] 한원도중앙연구소, 중국 농업시장 진출 10여년
2015년 단동을 거점 삼아 동북3성 진출…트럭에 싣고간 비료 외상 공급
현지 농업인들이 사무실에 패대기친 비료 포대, 중국 시장의 교과서였다
기온 높은 남방지역으로 가던 중 고속도로선 액상비료 탱크가 파손되기도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웠다”…시행착오가 현지화 경쟁력 주춧돌 되다
2018년 서풍생태그룹과 합작해 남방지역 확대…성장 문턱에서 ‘코로나19’
2022년부터 중국 사업 다시 본격화…지난 7월 29일 길림시에서 ‘수권식’

 

2015년 중국 동북3성의 농촌 길에 한국산 비료를 실은 트럭이 있었다. 짐칸에서 토양개량제와 아미노산 액상비료를 내려놓고 성분과 사용방법을 설명한 뒤, 대금은 받지 않고 돌아섰다. 농업인이 먼저 써 보고 효과를 확인한 다음 값을 치르게 하는 외상 공급이었다. 브랜드도, 전국 유통망도 없던 회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그것뿐이었다.


(주)한원도중앙연구소의 중국 사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회사는 2015년 길림성·흑룡강성·요녕성 등 중국 동북3성의 농작물과 토양환경을 조사하며 중국 농업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토양개량제와 작물 영양제, 완효성 비료, 염류제거제, 유기질·복합비료를 개발·공급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출발점은 ‘맨땅에서 시작한 시장 개척’에 가까웠다.

 

트럭이 곧 유통망이던 2015년 단동 시절


회사는 중국 진출 초기 거점으로 요녕성 단동을 골랐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가까워 물류가 닿기 쉬웠고, 동북3성 농업지대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첫 품목은 토양개량제였다. 이어 아미노산 액상비료로 제품군을 넓혔고, 장춘·하얼빈·상하이·항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농업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제품을 알렸다. 그러나 박람회 부스만으로 팔리는 시장이 아니었다. 회사는 제품을 직접 트럭에 싣고 농촌을 돌며 농업인을 한 명씩 만났다. 성분과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 대금을 미뤘다. 농업인 한 사람의 신뢰가 곧 유통망이던 시기였다.

 

항의하는 농업인들이 사무실에 던진 비료 포대


시장 개척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토양과 기후, 재배방식이 달랐고 농업인들의 시비(施肥) 습관과 제품에 대한 기대도 달랐다.


사업 초기 회사는 이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비료의 품질과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생겼고, 제품에 불만을 가진 농업인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가져온 비료를 던지며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사로서는 충격이었지만, 이 일은 중국시장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파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으며, 지역별 토양과 기후, 작물 특성은 물론 농업인들이 실제로 비료를 어떻게 쓰는지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다는 것이다.

 

남방으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터진 비료 탱크


운송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났다. 겨울이 긴 동북지역에서 탱크에 실은 아미노산 액상비료를 기온이 높은 남방지역으로 옮기던 중 고속도로에서 탱크가 파손된 것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어 동북과 남방의 기온 차가 크다. 회사는 이 사고로 제품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온도 변화와 이동거리, 보관방법, 포장과 용기까지 물류 전 과정이 품질관리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지역별 기후와 운송조건을 반영해 액상제품의 보관·물류 방식을 손봤다.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지역에 따라 생산·보관·운송·사용조건을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도 이때 자리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농업인들의 항의나 운송사고 하나하나가 큰 어려움이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중국 농업시장을 책이나 자료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현지화 경쟁력으로 바꿔낸 과정


한원도중앙연구소는 초기의 시행착오를 실패로 남겨두지 않았다. 제품 기획과 원료 선정에서 시작해 샘플 생산, 성분 분석, 재배시험, 인증·등록, 정식 생산과 공급으로 이어지는 개발 과정을 체계화했다.


중국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주요 작물과 재배방식을 먼저 검토한 뒤 그에 맞는 제품과 사용방법을 제시하는 현지화 전략도 강화했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해 제품과 시비방법을 고치고 다시 농가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제품등록도 이 무렵부터 본격화했다. 회사는 2018년부터 중국 ‘비료등기증’ 취득에 나서 현재 약 20여 종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비료업계에서 중국 비료등기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동북3성과 남방을 갈라놓은 이원 사업체계


회사가 중국 진출 초기부터 유지해 온 또 하나의 원칙은 지역별 사업체계다. 최근 만들어진 전략이 아니라 시장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이어져 온 운영방식이다.


길림성·흑룡강성·요녕성 등 동북3성에서는 ‘아미노한국농업’이 사업을 맡고, 중국 현지에서는 ‘단동아미노한농(丹东阿米站生态农业有限公司)’을 기반으로 영업과 유통, 농업인·대리점 관리를 담당해 왔다. 동북3성을 제외한 남방지역과 그 밖의 주요 시장은 한원도중앙연구소가 맡는 구조다.


동북지역은 겨울이 길고 기온이 낮으며 대규모 농업이 발달한 반면, 남방은 기온과 습도가 높고 작물의 종류와 재배주기, 비료 사용방식, 유통환경이 모두 다르다. 회사는 이 차이를 조직으로 나눠 대응해 왔다.

 

합작과 1,000명의 VIP, 그리고 코로나19


전환점은 2018년에 왔다. 한원도중앙연구소는 중국 광동지역의 주요 비료기업인 ‘서풍생태그룹(瑞丰生态科技)’과 공동 출자해 심천에 합작법인을 세웠다. 남방지역 사업을 한 단계 키우는 계기였다.


합작 이후 회사와 현지 파트너는 중국 내 비료 구매실적 상위 1위부터 1,000위까지의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초청행사를 열었다. 황산과 사천성 청두 등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1,000명 규모의 주요 고객과 관계자가 참석했다.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농업기술 세미나와 신제품 소개, 유통상담을 함께 진행했다. 회사 측은 이런 고객행사와 시장 확대를 위해 수년에 걸쳐 한화 약 30억 원 규모의 마케팅·행사비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트럭에 비료를 싣고 농업인을 찾아다니던 회사가 몇 해 만에 중국 전역의 대형 구매자를 상대로 VIP 행사를 여는 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성장궤도에 막 올라서려던 순간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중 간 인적 교류가 사실상 끊겼다. 고객 초청행사도, 농업박람회 참가도, 농촌 현장방문도 멈췄다.


회사 관계자는 “트럭에 제품을 싣고 외상으로 비료를 공급하는 것부터 시작해 농업인들의 항의와 운송사고까지 겪으면서 시장을 만들었다”며 “현지 기업과 합작하고 1,000명 규모의 고객행사를 열 정도로 성장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다고 생각한 순간 코로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2년의 공백 끝에 회사는 2022년부터 중국 사업을 다시 본격화했다. 각 지역 마케팅을 재개하고 기존 거래처와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복원했다. 아무 기반이 없던 시장에 트럭을 몰고 들어간 것이 첫 번째 도전이었다면, 수년간 쌓은 기반이 멈춰 선 뒤 다시 시장을 일으키는 것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 7월 29일 중국 길림시에서는 이 회사의 중국 사업이 다시 한번 단계를 바꾸는 계약이 이뤄졌다.                                                                                                                     <다음호에 계속>

차재선 기자 cha60@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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