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맛은 강한데 당분함량은 적은 편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과일. 여름 과일의 대명사로 불린다. 수박 이야기다.
지난달 중순 즈음 전북지역에서 20여 년 넘게 농약판매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만 3,000㎡ 규모의 수박 재배를 하며 오랫동안 거래 관계를 유지해 온 단골 농가에서 마치 코팅된 것처럼 ‘하얀 데임 현상’이 나타났는데, 원인을 두고 양자의 이견이 첨예해 답답하다는 게 요지다.
이처럼 작물보호제, 즉 농약은 농사를 지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농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적용대상과 사용약량, 사용시기 등을 지키지 않으면 약제 개발 당시의 안전성은 사상누각이자 순간의 버블이 된다.
특히 혼용은 제조사에서도 매우 민감하게 다루는 부문이어서 반드시 가부를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제조업계에서는 혼용 약제는 물론 제형별 올바른 혼용 순서까지도 지켜줄 것을 권장하는 입장이다. 단순 관행에 의지하거나 경(輕)히 다룰 분야가 아니라는 의미다.
‘혼용’ 관행·가벼운 취급 분야 아냐
실상은 이렇다. 국내 제조 ㅍ사의 수박 점박이응애 살충제 C약제와, ㅅ사의 수박 흰가루병 살균제 E약제, ㅇ사의 수박 목화진딧물과 꽃노랑총채벌레 살충제인 J약제와 T약제, 황이 포함된 영양제 M제품을 혼용살포 한 뒤 발생한 이상 증상이다.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다종 혼용으로 인해 발생한 약해라는 농가 측의 주장과, 문제되지 않은 혼용임에도 한낮 뜨거운 때 과량 살포로 인한 일소 피해라는 게 판매상의 주장이다.
접점을 찾지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음은 관화(觀火)하다. 소비자보호원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판단을 의뢰하는 등 초기 농가 측의 입장은 단호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양 기관에서는 금번 사고 유형으로 볼 때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상의 입장도 한 치 물러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살포 당일 기온이 32도를 넘나드는 한낮 뜨거운 때 살포한 책임이 사고의 본질이라는 판단에서다.
농가 입장에서는 한 해 농사의 성패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재배상의 실수를 넘어 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렇다. 판매상 입장에서도 선뜻 양보만 하기엔 결코 사안이 가볍지 않다. 자칫 대면적의 피해 보상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은 판매상에 우호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주변 농가에서 한낮에 살포하는 장면을 보고는 분명 일소피해가 있을 것임을 예상했거나 경험상 피해를 확신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같은 방식의 혼용 사용에도 불구하고 주변 농가들에게서는 같은 유형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매상은 유리한 정황으로 보는 듯하다.
솔루션을 찾지 못한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당사자간 잠정 합의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올해는 피해과를 제외한 정상수박은 판매하고 외상대금 상환은 보류하되 차년도에 사용시기를 준수해 다시 살포시험을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 판매상의 설명이다.
한편 전문가와의 해당 농가 상담 내용도 알려졌다. M약제의 과량 살포와 침투이행성 살균제 살포, 박과류에 대한 사용상 주의사항 미준수(관주처리) 등을 지적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또 살포 후 약제 흡수 시간에는 온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이었다는 점도 함께 설명하고 한낮 살포가 문제였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사용법 등 ‘기본’ 수칙이 가장 큰 ‘안전성’
원만히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작물보호를 위한 농약은 안전한 필수 자재이지만, 사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농작물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할 수 있음을 한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금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농약판매상은 적용대상은 물론 혼용 가능 여부를 제대로 안내하고 특히 사용상 주의사항을 가능한 상세히 고지해야 한다. 병해충 잡으려다 작물까지 잡았다는 농가의 하소연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농가는 시판상의 단순 판매 정보에만 의지하기보다는 포장지에 표기된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고 최종 사용 책임을 본인이 짊어진다는 각오로 안전 사용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 첫걸음은 ‘좋은 약제’보다 ‘올바른 사용’이기 때문이다.
금번의 사고는 복잡하지 않다. 판매자와 사용자의 올바른 인식이 일치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작물보호제, 즉 농약 ‘안전사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고라는 측면에서 반면교사 해야 한다. 판매와 사용의 무게를 더욱 반추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약해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이미 잎과 줄기가 손상되고 생육이 떨어진 뒤에는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 뒤의 대책’보다 미연에 ‘사고를 막는 예방’이 해법이다. 반드시 등록 작물과 적용 병해충을 확인하고 사용량과 희석배수·살포시기, 주의사항을 지키는 ‘기본(基本)’이 가장 중요한 ‘안전성’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농약 약해는 자칫 순간의 방심이나 그릇된 정보로 인해 발생하기 쉽다. 해법은 오직 ‘안전사용’이다. ‘많이’가 아니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 특히 농약을 여러 제품과 혼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관계기관 및 산업계, 농업인 모두가 약해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