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내리던 장맛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당분간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벼·과수·채소의 주요 병해가 급속히 번지기 좋은 조건이어서 방역 당국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예방 방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달 10일 “비가 그친 뒤 기온이 오르면 고온다습한 환경이 형성돼 주요 농작물 병해가 확산할 우려가 크다”며 예방 관리와 방제 요령을 안내했다. 농진청은 병해충 전문가로 구성한 ‘농작물 병해충 중앙 예찰단’을 편성하고, 도 농업기술원·시군농업기술센터 예찰단과 함께 9개 작목 69개 시군에서 합동 예찰과 적기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진청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벼 도열병·잎집무늬마름병·흰잎마름병 △과수 탄저병과 복숭아 세균구멍병·잿빛무늬병 △고추 탄저병 △배추 무름병 등이 한꺼번에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벼는 질소비료를 많이 준 논일수록 위험이 크다. 벼가 웃자라 조직이 약해지면 도열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병이 생기기 전 트리사이클라졸·페림존 등 등록 약제를 예방적으로 살포하되, 같은 계열 약제를 반복해서 쓰면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처리(교호 살포)할 것을 권했다.
잎집무늬마름병은 잎집에 얼룩무늬가 처음 보일 때, 흰잎마름병은 침·관수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초기 방제가 관건이다. 흰잎마름병에는 스트렙토마이신·옥솔린산 같은 항생제 계통 등록 약제를 쓴다.
과수의 탄저병은 빗물과 바람을 타고 번져 사과·단감·복숭아 과실의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습할 때 잘 생기므로 과수원 통풍과 배수 관리가 중요하다. 복숭아 세균구멍병은 잎·가지·열매에 물에 젖은 듯한 반점이 퍼지며, 잿빛무늬병은 병든 가지를 조기에 제거해야 확산을 줄일 수 있다.
채소의 경우 배추 무름병은 장마 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급증한다. 땅에 닿는 부분부터 물러 결구 속까지 썩는 만큼 배수·통풍 관리에 유의하고, 본잎 5~6매 이후 7~10일 간격으로 등록 약제를 땅 닿는 부위까지 꼼꼼히 살포해야 한다. 고추 탄저병은 병든 과실을 밭에 방치하면 방제 효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므로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채의석 농진청 재해대응과장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 약제로 방제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중앙과 지방 농촌진흥기관이 합동으로 예찰·방제와 현장 기술지원을 강화해 사전 대응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