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이앙기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 기술로 노동력과 비용 절감, 수질오염 예방, 고품질 쌀 생산은 물론 지금과 같은 비료 수급 위기에는 농가 대응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성제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지난달 27일 현장연시회에서 ‘이앙 동시 위치별 맞춤형 비료 살포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에 대해 설명했다. 말 그대로 논의 속 사정을 읽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비료를 주는 변량(變量) 시비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이앙기다.
벼농사의 시비는 모내기 전 밑거름을 깔고, 생육 단계마다 가지거름·이삭거름을 더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같은 논 안에서도 흙의 여건이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물 빠짐 정도, 유기물 함량과 지력, 직전 작물의 관리 상태에 따라 벼가 필요로 하는 양분량이 구역마다 달라진다.
그런데 현장 시비 작업의 대부분은 논 전체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보고 같은 양을 뿌리는 방식이다. 그 결과 양분이 부족한 자리의 벼는 생육이 처지고, 이미 충분한 자리는 비료 과잉 상태가 된다. 비료가 과하면 벼가 웃자라 쉽게 쓰러지고 병해충에 약해진다. 작물이 흡수하고 남은 성분은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료비와 인건비도 비효율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농업 현장은 농가 경영비 증가, 농촌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비료 원료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농가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농업법인(회사/영농조합) 당 경영 면적과 위탁영농 비율의 증가 및 포장의 대구획화에 따른 필지 내 토양의 이화학적 불균일성의 증가도 현실이 되고 있다. 농진청이 “이제는 정밀 시비가 선택이 아닌 필요”라고 보는 이유다.
<맞춤형 비료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 운영 체계도>

스마트 이앙기의 핵심은 ‘분석→처방→판단→제어’로 이어지는 네 가지 기술의 활용이다.
먼저 분석 단계에서는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 의뢰한 토양 분석값과 농진청 토양정보 시스템 ‘흙토람’의 비료사용처방 정보를 결합해 논의 양분 분포를 파악하고, 적정 시비량을 산정한다. 이때 완효성 비료의 물리적 특성까지 반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완효성 비료는 지름 3~5㎜의 알갱이 형태인데, 같은 질소량을 적용해도 제품별 알갱이 크기에 따라 실제 배출량 편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중인 완효성 입제 비료를 대상으로 살포량 정확도를 검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처방 단계에서는 산정된 시비량을 토대로 질소·인산·칼리 등 주요 성분의 투입량을 정하고, 공간보간법(Kriging)을 적용해 작업 구역별 시비 처방 지도를 만든다. 6조·8조 이앙기 등 작업 폭에 맞춰 단위 면적을 달리 생성할 수 있다.
판단 단계의 핵심은 위치 인식이다. 고정밀 위성 위치정보(RTK-GNSS)로 작업 위치를 ±2㎝ 정밀도로 실시간 추적해, 지금 이앙기가 지나는 자리가 처방 지도상 어느 구역인지 가려낸다.
마지막 제어 단계에서 제어기가 시비량을 실시간 연산해 모터 출력을 조정, 모내기와 동시에 자동으로 조절된 양의 비료를 살포한다. 농업인은 논 상태를 일일이 따져 비료를 조절할 필요 없이, 처방 지도를 입력하고 모내기만 하면 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경기 화성의 벼 재배 농가 4개 필지에서 현장 적용 시험을 진행했다. 4개 필지에 스마트 이앙기를 적용한 결과, 관행보다 1헥타르(ha) 기준 비료 사용량은 29%, 비료 살포 시간은 40% 줄었다. 그리고 수확량은 10% 늘었으며 구역별 수확량 편차는 33% 줄었다.
특히 비료를 줄였는데 반대로 수확량이 늘어난 결과가 눈에 들어온다. 농진청은 “비료를 무조건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부족한 구역엔 필요한 만큼 공급하고 충분한 구역은 투입을 줄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논 전체의 생육 균일도가 올라간 결과 수확량까지 따라 올랐다는 것이다.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도 시비량 제어 정밀도 ±5% 이내, 알고리즘 신뢰도 R²≥0.99, 위치 오차 ±2㎝ 이내를 확보했다. 농진청은 미국 존디어·일본 얀마의 시비 제어 정밀도, 미국 프리시전플랜팅의 알고리즘 신뢰도 등 해외 선도 기술과 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파급력도 작지 않다. 이 기술을 전국 벼 재배 면적 70만㏊에 적용하면 ㏊당 80만원, 연간 약 5,600억원의 농자재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농진청 추산이다. 비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노동력 절감에 따른 인건비 절약, 벼 품질 향상으로 인한 소득 증대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이앙기와 관련해 개발한 원천기술은 특허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지금은 양산 제품의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현장 적용성을 검증해 나가는 단계다.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실증, 사용자 편의성 개선, 농기계 산업체와의 협력, 정책사업 연계 등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스마트 이앙기의 빠른 상용화와 현장 보급을 위해 2027년까지 산업체와 협력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2028년에는 신기술 보급사업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이앙기, 드론·위성 기반 생육 진단, 작물별 시비 처방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고, 벼를 넘어 밀·양파 등 다른 논·밭작물의 변량 시비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