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시 용탄농공단지의 한 농약 제조공장. 제초제 생산라인이 쉼 없이 돌아간다. 용기(병)에 담겨 포장을 마친 제품들은 전국 각지 영업망으로 뻗어나갈 채비를 한다. 분주한 현장 한복판에서 이영표 (주)이엑스아이디 대표를 만났다.
평상복 차림에 현장 점검을 막 마친 후 잠시 짬을 내 집무실로 돌아온 그는 “공장을 돌아보지 않으면 문제를 모른다”고 했다. 30년 넘게 농약 업계에 몸담아 온 베테랑다운 소신이었다.
이영표 대표가 농약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국내 농약 업계 상위권 기업에 입사하면서 시작된 인연은 이후 30여 년간 이어졌다. 제품 개발부터 등록, 생산, 연구까지 농약의 전 공정을 두루 거치며 쌓은 경험은 단순한 이력이 아니라 (주)이엑스아이디라는 기업의 뼈대가 됐다. 그가 2015년 창업에 나선 것도 현장에서 보고 느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메이저 기업이 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이었다.
창업 초기 이엑스아이디는 작물보호제 판매업 등록을 시작으로 이듬해 수입업, 제조업 등록을 차례로 마쳤다. 빠른 사업 확장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에게는 철저한 계산 위의 행보였다.
“판매만 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만들어야 제품의 품질을 통제할 수 있고, 농업인이 원하고 찾는 제품에 맞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엑스아이디는 빠른 제조업 등록과 공장 설립으로 단순 유통에서 제조·판매를 겸비한 어엿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제품 포트폴리오는 작물보호제 50개 품목에 달한다.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를 아우르고, 여기에 유기농업자재 2개 제품과 방역약품까지 포함하면 총 60개 이상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방역약품 중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감염병 예방용 살충제 ‘아톰’도 눈에 띈다. 모기와 벌레 기피 조성물 관련 특허 1건, 화학섬유 충전재 특허전용실시권 1건도 회사의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자산이다.
이 대표가 특히 자부심을 갖는 것은 제품 개발과 의사결정의 속도다. 그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하나의 제품을 내놓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연구소와 생산팀이 즉각 머리를 맞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기업부설연구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인증)를 운영하며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것도 이런 철학의 연장선이란 설명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중소기업의 구조적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처기업(2022년), 가족친화기업(2023년), 기업부설연구소(2023년) 인증을 잇달아 획득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을 외부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다. “인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다 보니 따라온 것”이라고 이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다.
영업 방식 역시 이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전국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로 나눈 광역 영업망을 통해 총판 유통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B2B 사업과 수출을 병행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 대표의 설명은 간결하다. 그는 “농약은 결국 농업인이 쓰지 않느냐”며 “전국의 농업 현장과 연결된 유통망은 단순히 판매 창구가 아니라 농업인과의 소통 채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경영 원칙은 따로 있다. ‘현장 중심’과 ‘팀워크’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제품은 현장에서 나오고, 그 현장을 제대로 보려면 소통이 필요하며, 소통이 되는 팀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논리다. “리더가 현장을 보지 않으면 직원들도 현장을 외면한다. 내가 먼저 나가야 팀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미래를 향한 이 대표의 시선은 수출과 신사업으로 향해 있다. 2023년부터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했으며, 아웃소싱을 병행해 사업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농약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에 흐른다. 아울러 도시 방역 시장을 겨냥한 살생물제 사업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 중이다.
이엑스아이디의 경영 목표는 “농업인의 솔루션 제공으로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그린바이오 기업”이라는 슬로건에 잘 담겨 있다. 다소 거창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대표에게는 현장에서 30년간 체득한 문제의식이 압축된 문장이다.
그는 맺음말로 이렇게 말했다. “농업인이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 그게 전부다.” 흔들림 없는 심플한 이 한마디가 이엑스아이디의 미래상과 그가 걸어온 길을 가장 잘 드러낸 설명으로 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