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어요. 다양한 악기가 만들어 내는 화음을 들으며 문득 한국의 산업에서 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봤습니다. 주목받는 화려한 산업은 아니죠. 그래도 농업인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농업을 가치있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올해 아시아종묘(대표 류경오)는 향후 2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업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 그 중심에 최근 중책을 맡은 류재영 부사장이 있다.
아시아종묘는 30년 전 첫발을 내디딘 후 법인 설립, 생명공학연구소와 육종연구소 출범, 코스닥 상장, 6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등 성장의 역사를 써온 강소 종자기업이다.
우수한 품종 하나 키우기엔 10년도 짧다고 한다. 종자 분야에서 토종 기업의 해외 진출은 어려운 과정이었다. 류경오 대표가 한국의 종자산업을 ‘자전거 경영’에 비유한 것처럼 강한 지구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페달을 돌리며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종자 사업에서 내수와 수출 두 날개로 멋지게 날아오르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류재영 부사장은 아시아종묘 입사 후 10년 동안 해외영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세계종자연맹(ISF)과 아시아·태평양종자협회(APSA) 행사 등에서 한국 종자와 아시아종묘를 알리고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정 국가와 지역에 맞는 품종을 육성하고 채종에서 원자재(종자) 생산, 수입, 가공을 거쳐 수출까지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을 몸소 익혔다.
“해외 시장에서는 아시아종묘를 빼고 양배추 종자를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례로 인도에 가면 농업인들이 너나없이 한국산 양배추 품종을 심고 있는데 2011년 인도법인을 설립해 터를 닦은 아시아종묘가 그 선봉에 있습니다.”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등 세계 각국에 양배추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일반종에서 교배종으로 넘어가는 단계인 아프리카 채소종자 시장을 차세대 수출 요충지로 공략할 계획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확 사이클의 다변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조생, 중생, 만생을 넘어 극조생 나아가 초극조생과 만추대 극만생종 양배추 품종 세그먼트까지 개발중에 있다.
“이번에 참가하는 포르투갈 리스본 ISF 총회(World Seed Congress 2026)에서도 각국의 다양한 바이어 상담이 약속돼 있어요. 최근 국제 종자업계에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이라는 호칭이 귀에 익을 정도로 기업 2·3세, 30~40대 중심 젊은 세대의 활약이 돋보여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SNS, 화상회의 등 비대면 비즈니스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좀더 빠른 의사 전달과 결정, 사업 전개가 가능해요.”
국내에서는 수입품종을 국산화 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품종의 비중이 아직도 높은 양파와 대파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당연히 어렵죠. 양파는 육종 연구 개발도 그렇지만 특히 채종 관리 측면에서 힘들어요. 다른 작물과 달리 모구를 수확 및 저장 후 재배한 그 다음 해에야 종자 생산이 가능합니다. 해외 채종을 하는 경우엔 2,3년 걸린다고 봐야죠. 어렵게 키워 들여온 종자를 농업인들이 믿고 선택해 주실 때 말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각종 한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파도 교배종 품종의 경우 아직은 일본 종자가 시장을 다수 점유하고 있다. 류 부사장은 아시아종묘에서 육성한 F1 대파 라인들의 수확물이 본사가 위치해 있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들어오는 순간을 기대한다. 농업인들에게 편리함과 농가소득 증대를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양배추, 대파 외에도 배추, 청경채, 고추, 수박, 오이, 멜론 등의 작물도 긴 시간 공을 들인 결과 다양한 품종들을 선보이고 있다.
채소종자 분야 육종 R&D 정부 지원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수출도 R&D도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글로벌 시장 안착에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있는 것이 ‘시장 타깃 설정 후의 R&D 지원 사업’이다. 양배추의 경우 특정 국가 타깃의 맞춤 품종 R&D 지원으로 시장성이 확인된 구체적인 시장 진입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국내 주요 종자기업들이 해외 채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수출 전용 원자재(종자) 수급 시 지원을 적극 도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전했다.
“농부를 좀 더 편안하게 하고, 전 세계인의 먹거리를 풍성하게 하며 농업을 더욱 가치있게 하겠습니다.”
아시아종묘가 쉼없이 달려가 당도할 미래의 모습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농업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의 수많은 농업인과 소비자의 행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