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와 '질책'이 키운 10년의 전문언론

  • 등록 2026.05.15 2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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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스랑] 차재선 기자

창간 10주년 특집을 준비하며 독자와 취재원들을 두루 만났다. 어디서나 첫마디는 같았다. “벌써 10년이 됐습니까?” 새삼스러운 감탄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그 안에 다른 무게가 담겨 있었다. 10년을 곁에 두고 읽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독자가 신문에 보내는 신뢰는 이처럼 조용하고, 그래서 더 묵직하다.


농약 제조회사의 한 임원은 이런 말을 전해줬다. “회장님 집무실 테이블에는 영농자재신문만 놓여 있죠. 다른 전문지는 펼쳐보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듣기에 흐뭇한 말이었으나, 받아들이기엔 가볍지 않았다. 칭찬은 때로 책임의 다른 이름이다.


전북 익산에서 40년째 농자재 판매업에 종사하신 독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아쉬운 점과 격려를 함께 전해왔다. 현장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이의 한마디는 어떤 찬사보다 무겁게 남는다.


질타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얼마 전 농약업계 실무진들이 ‘우리 신문’의 신제품 시장 전망 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망 수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어떤 근거로 이런 기사를 쓰느냐.”, “기자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냐.”는 것이 요지였다. 기자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틀린 것을 지적받는 것보다 읽히지 않아 침묵 속에 묻히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 혹독한 비판은 그 기사가 읽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신문’의 독자들은 그런 분들이다. 칭찬과 질책 모두를 신문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삼아온, 과묵하되 엄정한 독자들이다. 그 독자들이 있었기에 10년을 버텼고, 그 독자들을 생각하며 또다른 10년을 준비한다.


우리 <영농자재신문>의 연원(淵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업계 선후배 기자 몇이 “농자재 산업계를 대표하는 ‘전문지다운 전문지’를 만들자”고 뜻을 모으면서부터다. 열정을 쏟아 창간한 그 신문은 7년여 만에 ‘남의 손’에 들어갔다. 붓을 들어 신문을 일궈온 사람보다 ‘자본’이 더 강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언론의 본령(本領)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목도한 시간이었다. 그 신문은 지금도 발행되고 있다.


그 쓰라린 경험을 딛고 2016년 새로 창간한 전문지가 지금의 <영농자재신문>이다. 오랜 숙려 끝에 다시 시작한 만큼, 한 호 한 호가 남달랐다. 창간의 열정과 함께 상실의 교훈까지 품고 출발한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신문’을 키워온 것은 칭찬보다 질책이었다. 질책은 읽힌다는 증거였고, 읽힌다는 것은 신뢰의 시작이었다.


신문은 ‘만드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을 10년의 세월이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그 신뢰에 보답하는 길은 하나다. 다음 10년도 같은 자리에서, 더 큰 무게감으로 독자 앞에 서는 것이다.

차재선 기자 cha60@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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