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최한 농업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농협개혁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순연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과 윤원습 농업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의 인사·자금·감사 부문 과도한 실질적 지배구조와 중앙회의 예산배분·자금집행 과정의 불명확성, 인사·경영 시스템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회장 선거제도는 선거과정에서의 금품선거 의혹과 조합원 의사 반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식품부는 농협개혁 추진방향(안)에서 농협이 조합원과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강력한 내·외부 견제장치 강화, 인사 투명성 확대 및 조합원에 의한 통제, 중앙회장 전(全)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과 금품선거 방지 등을 추진과제로 설정했다.
주요 골자는 법농협 통합 감사기구(가칭 농협감사위원회)의 신설이다. 중앙회에 소속되지 않은 별도의 특수법인으로 신설해 중앙회·지주·자회사·조합 등 사각지대 없는 감사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중앙회장 선출방식 개편도 주요 골자이다. 전 조합원 직선제를 기본으로 전체 조합원 187만명(204만명 중 중복가입 제외)이 1인1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선거비용 절감 등을 위해 유권자 집단이 조합장 선거와 회장 선거를 동시실시하는 방안이다. 2031년 3월부터 동시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부칙개정을 통해 차기 회장 임기를 1년 축소(’28.3~’31.3)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후보자 난립 방지를 위해 회장 피선거권 강화(조합원 자격 등)도 검토중이다. TV 토론회 등 선거운동 방식을 확대하고 중앙회가 공영제 방식의 비용 부담으로 정책경쟁 중심의 선거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 농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 시기, 조합원 직선제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였다. “중앙회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 문제인데 직선제로 가면 권력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나왔다. 200만 조합원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은 회장이 탄생한다면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앙회장의 권력과 정치화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외를 보아도 협동조합 연합회 대부분이 간선제·호선제를 유지하는데 직선제가 타당하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직선제가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들에 대한 책임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회장 출마자는 실제 현장에서 농업을 영위하고 조합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력 비대화 우려는 외부 감사기구, 이사회 기능 강화, 회장-이사회 의장 분리 검토 등을 통해 강력한 견제 장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장선상에서 직선제 도입과 함께 피선거권 강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의중도 물었다. 농식품부는 협동조합 대표자로서의 자격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실제 조합사업 이용 실적과 활동 경력 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후보자의 구체적인 사업 이용 실적 공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농협개혁 추진이 “지나치게 속도전으로 간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특히 농협법 개정안의 조속 처리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간 일부 농협개혁이 부작용을 낳았던 과거를 거울삼아 좀더 신중한 행보와 농업계 안에서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특별감사, 여론 등을 고려하면 농협개혁을 늦추기 어려운 입장을 설명했다. 조속한 제도 정비와 함께 개혁을 신속히 진행해 농협이 조합원들을 위한 조직으로 재정비 되고, 본연의 업무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 공청회와 입법 과정에서 야당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농협개혁이 모두 중앙회 거버넌스 개편에만 집중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농업인과 접점에 있는 것은 지역조합인데, 중앙회 구조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본질적 개혁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다. 품목농협의 조합원 감소, 고령화, 가입 기준 문제 등 현장 문제가 방치돼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지역조합 경쟁력 강화와 경제사업 활성화를 2단계 개혁 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품목농협 가입 기준, 역할 재정립, 지역농협과의 기능 분담 문제도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이 결과적으로 중앙회 권력을 누가 행사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앙회장의 기본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선출 방식과 통제 장치만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회 경제사업을 지역조합 지원 플랫폼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협개혁에는 선후가 있다면서 이번 개혁이 조합원 중심 구조로 되돌리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회 발전계획 수립 의무화, 이사회 기능 강화, 전문경영 체계 확립 등을 통해 농협 본연의 역할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개혁 추진단 위원의 면면이 특정 경향에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업인단체(한종협, 농민의길)·법률 전문가·협동조합 전문가 등으로 구성했다고 말하고, 지역조합 경쟁력 강화와 경제사업 활성화 논의 단계에서는 농협 현장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겠고 밝혔다.
농협 측이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 시 최대 15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현재 조합감사위원회 운영비가 약 450억원 수준이며, 외부 감사위원회도 400~5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농협 측의 추산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평가했다.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임원 중 여성 비율이 극히 낮은 것에 대한 개선을 묻자 구체적 제도 설계는 아직 미흡하지만 개선 방안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는 구조에서는 언론의 감시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고, 계열사 광고 몰아주기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개혁안에 중앙회장 겸직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광고 부문은 정부가 직접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5월 7일로 예정돼 있던 농협법 개정안 공청회를 12일로 연기하고 농업계 의견 수렴부터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국회 통과에서 한 걸음을 물러나 속도 조절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