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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농업의 두 길… 공존과 균형이 필요

농업은 크게 두 개의 길, ‘스마트기술농업’과 ‘친환경 유기농업’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농업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농업정책에서 그 추가 너무 스마트농업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지나치게 가면 그 회복력이 사라지고, 가속화 되어 결국은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세상은 중도가 필요하다. 정 중앙이 아닌 중도, 그래서 공존과 균형의 속성을 중요한 농업정책의 가치로 삼았으면 좋겠다.

 

미래 우리의 농업은 어떠한 모습일까.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모든 연구자들, 정책가들이 상정하는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부분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없어 왔다. 머지않은 장래 우리의 농업은 어떠해야 하는가 라고 하는 당위적인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스스로 응답 내용은 자신들의 생각을 규제하기 마련이다. 연구·조사 결과와 습득한 정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1970년대 이후 우리 농업의 성장은 괄목할만한 정도였다. 보릿고개를 넘었고 쌀의 자급도 이뤘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과 비견될 정도로 높아졌었다. 수많은 농촌 젊은이들이 농업과 농촌의 지지 아래 도시에서, 산업현장에서 일하면서 풍요를 이뤘다. 생산성의 획득 반대급부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넣어서 야기된 폐해가 있었음에도 누군가 이 부분을 끄집어내기보다는 외면하곤 했었다. 그러한 농업이 잘못되었다고 누구도 말하기 어려웠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몇몇 선도적인 전문가들은 농업의 성장과 발전과정에서 근대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한계생산성은 자꾸 줄고, 총생산량도 과거처럼 늘어나지도 않았다. 환경과 사람에 대한 위해성, 나아가 지구온난화 문제와의 연계, 지속 불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농업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고도기술과 대량 투입농업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강력한 과거 농법에 대한 반성 기류는 기술중심의 고투입 농업을 친환경적 농업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바꿔버렸다. 많은 나라들은 환경과 친화적인 농업 구현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였다. 모든 것은 환경과 환경농업으로 수렴해 갔고, 지향하는 가치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문제는 생산성 저위와 상대적 가격의 높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로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고기술·대량 투입의 기술농업과 생태중심의 자연친화적인 농업 간 중요성 경쟁이 이뤄진 시기는 21세기부터라고 생각한다. 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친환경·생태순환적인 방법 개발과 시행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흔히 말하는 스마트 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의 시각을 일거에 전환 시켰다. 기존농업에 생태순환 개념을 도입하였고, 탄소중립이나 고투입농업의 문제 등은 정밀농업, 데이터 농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어났다. 친환경농업이 가지는 유리성을 지금의 스마트농업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보상이라도 하듯 친환경농업을 멀리 밀쳐두고 스마트농업은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아예 스마트농업정책이라는 푯말 아래 모든 농업정책 등이 만들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유기농업과 친환경농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농업 세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고기술농업만으로 우리가 우려하는 미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크게 농업은 두 개의 길, 양측 끝에 자리한 대표적인 모습만을 이야기한다면, 스마트기술농업과 친환경 유기농업이 있다. 각자가 표방하는 지향가치와 이를 위한 수단,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중첩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부분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방법도 있다. 친환경 유기농자재도 신기술을 이용해서 최적, 최소량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대표적인 교집합적인 방법의 강구 사례이다. 어느 농업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래농업을 어느 한 방향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중립이라는 말이 있고, 중도라는 말도 있다. 중간이란 말도 있는데 대부분 균형(balance)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균형이란 중앙치나 중간치가 아니다. 어느 경우 오른쪽에서 어느 경우 왼쪽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농업정책에서 그 추가 너무 스마트농업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지나치게 가면 그 회복력이 사라지고, 가속화되어 결국은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도의 균형이 잡힌 농업의 모습을 그려보자. 스마트 첨단농업과 유기농업이 공존하는 모습 말이다. 서로의 장점은 나누고, 단점은 고쳐나가는 공존의 균형된 농업의 모습을 그려보자. 지향가치와 추구하는 방법 등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균형된 공존의 정책적 비중과 시각을 가져보자. 그리하면 일방으로부터의 문제, 직선적 성장으로부터의 문제, 회복력 상실로부터의 파괴 등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은 중도가 필요하다. 정 중앙이 아닌 중도, 그래서 공존과 균형의 속성을 중요한 농업정책의 가치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