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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한국 무기질비료산업 적자경영 사슬을 끊어야 한다

1월부터 국제원자재가 20~120% 치솟아
농협, 납품가 인상조정 요구 모로쇠 일관
5년간 회원사 비료부문 영업손실 2260억
출혈납품 이제 그만…유통구조 개선돼야


농업의 필수자재를 생산·공급하는 무기질비료업계에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치솟기 시작한 국제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진정은커녕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 유통량의 90% 이상을 농협에 계통출하하고 있는 무기질비료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출혈 납품을 벗어나기 위해 계약단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월 28일에는 국내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로 구성된 ‘전국 화학노동조합연맹 전국비료연합’이 납품단가 인상 조정 요구와 함께 가격인상이 관철되지 않을 시에 납품거부도 불사하겠다는 성명서를 농협중앙회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 어떤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어 비료를 납품해야 하는 무기질비료업계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원자재의 가격 인상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료가격이 상승해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경영적자를 감수해온 것이 지난 5년간 무기질비료 공급업체들이 당면해온 서글픈 현실이었다.


한국비료협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회원사의 비료부문 영업이익의 총합이 마이너스 226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출혈 납품을 이어갈 경우 올해도 500억 이상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35년간 비료업계에 몸 담아온 한 관계자는 이는 곧 한국 비료산업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제원자재가·해상운임 급등…업계 이중고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올해 초부터 국제 곡물가 인상에 따른 미국·인도 등의 비료수입량 증가와 중국 내수비료 증가, 국제유가와 관련된 유황 등 기초원자재와 해상운임 급등이 수급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호주·중국간 무역분쟁과 중국 요소 생산에 필요한 석탄·가스 공급 부족, 사우디·트리니다드 등의 비료공장 가동정지 등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원자재를 보면, 지난 4월 29일 기준 요소는 톤당 342달러로 지난해 11~12월 톤당 가격 274달러에 비해 25% 급등했다. 인도의 요소 대규모 입찰을 앞두고 수급 불안정이 커졌고 해상운임도 다시 상승하는 등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


염화칼륨은 톤당 283달러로 지난해 11~12월 235달러보다 20% 상승했다. 국제주요 염화칼륨 생산업체들이 아시아보다 남미로 공급량을 늘려 5월 들어 국내 원료조달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DAP(인산암모늄)도 암모니아 수급 불안정과 중국의 내수공급 우선정책 등으로 톤당 535달러를 기록해 47%의 가격폭등을 나타냈다. 암모니아의 톤당 575달러 신고가 기록과 아시아·유럽의 수요 증가, 중동과 트리니다드의 암모니아 공장 가동정지가 겹치면서 DAP 가격 강세가 이어졌다.


유황은 톤당 178달러로 지난해 11~12월 82달러에서 117%의 폭등세를 지속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제원자재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국내 조달도 해상운송 차질 및 운임급등 등의 악재가 겹쳐 국내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는 이중·삼중고에 직면한 모습이다.




제조업 꼴찌…유통개선으로 정상화해야    
이런 가운데 국내 무기질비료산업이 정상화의 길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질비료는 제조원가의 약 70%를 수입원자재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인건비·시설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원가를 구성하고 있다.


무기질비료의 유통은 농협경제지주가 입찰을 통해 지역농협으로 계통출하하는 방식으로 농협을 통한 유통이 시장 수요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기질비료 업체들은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한 공급 방식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을 뿐 아니라 공급물량을 미리 산정할 수 없어 사전 원료 비축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농협이 지난해 말 비료계약단가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추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업체들은 또다시 적자경영에 내몰린 상태다.


비료업체들은 “2015년도 비료 단가 수준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2016년 농협 납품계약단가가 전년도에 비해 23.8%라는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영업적자의 수렁에 빠져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후 2017년 1.8% 가격인하, 2018년 1.3% 가격인하가 이어지면서 무기질비료산업은 이익은 둘째 치고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단계에 처하게 됐다.


같은 시기 무기질비료 내수 매출규모도 2015년 6850억원 이후 5000억원대로 추락해 2016년 5254억원, 2017년 5071억원, 2018년 5077억원, 2019년 5234억원, 2020년 5678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업경쟁력 회복 위해 납품단가조정 요구
농가 공급 비료의 대부분을 납품 계약하고 있는 농협에서 구매입찰 원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생산업체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한다는 업계의 불만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분이 공급원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비용까지 증가하면서 비료산업은 말 그대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4월초 두 차례에 걸쳐 6개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는 농협과의 구매납품 계약서 제3조(계약단가 조정)에 의한 계약 후 90일 경과후 계약단가 ±3% 이상 변동시 계약단가 조정 근거에 따라 시급히 조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농협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제원자재 공급과 국내 생산의 어려움이 겹치자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전국비료연합’은 최근 농협경제지주를 방문해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4월 중순 농협경제지주 대표에게 무기질비료 원료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계약단가 조정을 촉구하는 문서를 연합의장 명의로 전달한 상태다. 이어 4월말에는 납품단가 인상 조정을 요구하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납품거부도 할 수 있으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성명서를 농협에 제출했다.


농업의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농자재산업도 첨단화와 생력화의 길을 재촉하고 있지만 현행 무기질비료 공급구조에서는 신기술·신제품 개발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기질비료 생산업계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행렬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품의 품질 및 서비스의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16)5.99%→(’17)7.59→(’18)7.28→(’19)4.43을 보인 것과 대비해 무기질비료 업계 영업이익률은 (’16)△10.96%→(’17)△5.5→(’18)△13.67→(’19)△9.9를 나타낸 것만 보아도 어려운 현실을 직감할 수 있다.


한 비료 관계자는 무기질비료산업의 막막한 현실을 보고 있자니 “무기질비료는 농자재산업의 계륵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며 씁쓸해 했다. 수입원자재에 의존하는 산업이라는 수익의 한계와 함께 농협의 유통장악에 의한 시장왜곡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 대한민국 무기질비료산업의 현주소인 것이다.


당면과제인 농협 비료납품가격 조정과 함께 무기질비료산업 정상화를 위한 유통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