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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업의 리더를 만나다 ∥ 손이헌 횡성유기농산 대표

가축분뇨 처리에서 ‘감량’의 지혜를 되살리자


경축순환농업의 핵심이라 불리는 가축분퇴비 및 퇴비는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하고 있나? 그런 질문을 쫓다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손이헌 횡성유기농산 대표다. 관련 연구와 조합 활동, 생산 등에서 30여년 동안 축적해온 경험이 우리 비료정책·산업 등과 끈끈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은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험한 여정 끝에 한국의 퇴비가 든든한 반석에 놓였다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하다. 한국의 퇴비는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나? 손 대표의 의견이 궁금했다.


퇴비회사의 CEO로 5년을 보냈다. 성과가 있다면  내가 잡은 방향은 손쉬운 대량처리다. 한 공장에 순수하게 분뇨를 가져와 100만포 생산까지 이른 게 쉽진 않았다. 단기간 내 감량해서 할용분을 높이는 걸 고민해 왔다. 현장에서 작업환경 개선으로 생산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원료 교체 등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품질을 높였다. 공장 내 환경이 달라지니까 미생물들이 달라지는 경험도 했다. 퇴비 제조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악취 규제 등 퇴비회사의 고민이 늘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6가지 악취물질에 대한 기준이 있다. 경계선에서 일정 ppm이하가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공장을 무조건 밀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암모니아가 미세먼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퇴비공장이라는 처리시설에 또 다른 처리시설을 해야 하는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현장에서의 애로는 환경 규제에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기준을 만들 때는 업체가 지킬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무한정 민원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업체도 보호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생산 현장 이전에 관련 조합에 몸담았다. 지금은 활동의 폭이 어떻게 달라졌나  시쳇말로 내 코가 석자가 된 상황에 몰렸다.(웃음) 객관적인 문제를 안고 있더라도 규정부터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또 내가 현장에서 섣불리 얘기하기 힘든 것이 내 입장 위주로 보일 수 있어서다. 그러니 누군가 현장과 행정 중간에서 정확한 현실을 전해줘야 한다는 절실함도 느꼈다.


올해 3월, 4년 가까운 시간을 끌어온 정부의 비료관리법 개정안이 절차를 거쳐 공포됐다. 그 이전 기고 등으로 문제점을 지적해 오신 바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비료공정규격 설정비료와 지정비료를 통합해서 설정비료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퇴비 등 부산물비료도 보통비료처럼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료관리법 제정 당시 공정규격 설정비료와 지정비료를 분리한 입법 취지가 철저히 무시된 개정이다. 이와 함께 비료공정규격심의회가 폐지되고 관계 전문가의 의견수렴으로 대체됐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관돼 있다.


지정비료는 그 자체를 지정하는 것이므로 좀더 사회적인 합의와 과학적·기술적인 고려가 필요하고 좀더 심도깊은 심의도 있어야 했다. 지정비료를 없애면서 심의도 간단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부산물비료 관련 정비가 안돼 있는 것들이 많다.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서 더 간단하고 더 쉽게 간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다.


반면 원료관리가 잘 되지 않아 관리기관은 두 개로 늘린 것 아닌가. 전문단속기관한테 의뢰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위의 관리는 축소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 3월 25일 퇴비 부숙도 시행은 과거 조합 활동시 문제 제기했던 부분 아닌가 알다시피 퇴비 부숙도 시행은 환경부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른 것이다. 퇴비는 그 내부에 각 분야가 얽혀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무허가축사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는데 건축법으로 해결이 안되고 환경법을 통해 해결코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축사가 건축물 이전에 오염물질 배출시설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한 반발하는 축산농가에 분뇨처리를 비료관리법보다 쉽게 해주겠다는 제시가 이어졌다. 그러나 퇴비는 비료관리법에서 관리하는 제품의 이름이다. 제품의 이름을 두 군데서 쓰고 두 군데서 규정을 만드는 건 법의 충돌을 자행하는 것이므로 조합 차원의 대대적인 반대를 펼쳤다. 축산환경관리원 설립과도 맞물려 있었기에 이슈의 핵심이 됐다. 당시 조합이 약속을 받아낸 것은 시행령을 만들 때 세세히 상의하여 법의 시행이 충돌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퇴비 부속도 시행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적당히 시작해서 나중에 강화시켜 무조건 끌고가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이 잘못되면 나중에 고치기는 더 힘들다.


퇴비는 경축순환농업의 꽃이라 여겨진다. ‘퇴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삼 던져보고 싶다. 우리 농업에서 퇴비 하나 잘 다루면 칭찬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해결될 수 있는 것이 많다. 내가 이 분야에 몸담게 된 것은 가축분뇨정책의 기본을 세우는데 함께하고 싶었서였다. 무배출시설로 인정을 받아놨더니 저장시설이 쫓아왔고 무배출시설이지만 처리방법이 없어서 해양투기로 갔다. 해양투기가 막히니까 액비화정책으로 갔고 액비화가 안되니까 퇴비화로 갔다. 이제 부숙도 시행까지 됐다. 다시 원점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퇴비 관련 정책에서 되새겨 봐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환경 관련법, 폐기물을 관리하는 법에서 제품에 규격을 둬 관리하는 것은 지금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오염물질의 총량관리에서 기본정책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나는 그것이 ‘감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감량을 해놓고 활용하는 것이다. 감량이 돼서 처리를 쉽게 하고 농도와 효율을 높여서 값어치 있는 재활용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혼합해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감량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가축 분뇨처리가 퇴비화로 간 것도 감량이 주요 포인트다. 톱밥 하나만 보아도 품질의 규격이나 성분을 맞추는 것 이전에 수분을 제거하고 증발시키기 위해 넣은 것이다. 가축분뇨를 포함한 유기성오니 처리의 기본방향에 ‘감량’의 지혜가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