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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허생전과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허생전(許生傳)에서 요즘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음미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아무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허생에게 변씨라는 상인이 선뜻 만냥을 빌려주는 것과 허생의 독점을 통한 돈 모으기와 사용이다. 물론 전개되는 전반적인 이야기는 바른 삶에 관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돈에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어려운 코로나 사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믿는다는 것. 참으로 어렵다. 돈을 빌리러 간 작자가 내 장사밑천이 없으나 무엇을 하고 싶으니 돈 만냥을 빌려주시오라는 말 한마디에 생면부지의 인물에 거금을 내주는 행위가 가당치나 하겠나. 당연히 의아스러운 눈 빛을 가지는 것을 그르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변씨의 변은 명쾌하다. 돈을 빌리는데 구차한 변명이나 약속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 비록 누추한 행색이나 돈을 빌림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점. 해보고 싶은 장사가 있다고 말한 점. 이 세 가지 점을 보고 만냥이라는 돈을 아무 수결도 없이 내준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비판의 시각과 백가쟁명의 대처방안 주문이 쇄도하였다. 자칫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실기와 함께 엄청난 재난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전국의 병원을 포함한 의료시스템과 함께 최후의 한 사람까지 추적하고 치유해서 이 재난을 극복하겠다고만 말했다. 방역에 온 자원을 투입함에 있어서 구질구질함 없이 초지일관(初志一貫), 그것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는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왔다.


종교계, 학원계, 유흥업계 등의 수많은 불만과 일부 국민들의 권유를 위반하는 사태가 터져도 또 설득하고 호소하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최선을 다해왔다. 방역의 조그마한 실수를 변명하지도 않았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정하고 묵묵히 그 길을 나간 것이다. 추측컨대 정부가 하고 싶은 장사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구차한 변명이나 약속 없이, 그러나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


두 번째 허생은 독점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부를 사용해야 하는 정도 이상으로 부풀리지 않았고, 남은 부분은 오히려 바닷물 속에 버렸다는 점이다. 벌어들인 돈을 사용해서 도둑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였다. 세상의 도둑을 없앤 것이다. 나라를 평온하게 한 것임과 동시에 도둑들도 가정을 이루고 잘 살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이들 도둑들도 먹고살기가 어려워 그러했던 것이지 원래는 착한 백성이 아니던가. 가난해도 백성이니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관련 의약품과 마스크 확보에 혈안이다. 우리의 의료시스템과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분들이 우리 대통령과 사회에 도움을 청하는, 일찍이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사태 해결에 있어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다. 일확천금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아마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폭리에 결연히 반대하는 입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마스크 사재기를 막고,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능력으로 만들어서 세계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어떠한 조건도 없이 장사 밑천을 달라는 요청에 부응하듯 말이다. 국내에서도 일시적인 마스크 부족은 이미 사라졌다.


부수적인 자각도 있다. 코로나 사태 대응과정에서 일정한 재화와 용역의 자급시스템이 없는 선진국들의 우왕좌왕하는 혼란을 자주 본다. 이를 통해 자주적인 경제체계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알게 되었다. 마스크하나 생산 못하는 선진국이 과연 선진국인가. 특별히 사람이 먹고사는 기초 물재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세계 정상들로부터, 유명인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도움의 선두에 섰던 역사가 있었는가. 여러 나라에서 목격되는 사재기와 인종차별적 행위도 없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오히려 한국이 안전하다고 입국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국가가 자국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와 국민 상호간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래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지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가 바로 코로나 사태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정 올바른 나라로 나아가고 있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