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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온 편지] “대구·경북이어서 미안해”


광주에서 태어난 분들이 광주의 아들, 딸이라고 자랑스러워하듯이 저 역시 대구·경북 출신임을 부끄러워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서울 생활 18년을 했어도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쓰면서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고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사실이 미안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대구·경북이어서 미안해”라고 한 것은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문자를 보고서입니다. 베트남 입국시 대구·경북 거주자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여권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x6, x7로 시작하는 걸 찾아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는 이제 아빠를 만나러 베트남에 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기는 서울사람인데도 아빠 때문에 주민번호가 27로 시작한다면서… 그런데 이리저리 알아보니 그게 사실인가 봅니다. 영사관에서도 개선해 달라고 베트남 관계부처에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항서와 삼성의 나라,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일류국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한류와 깨끗하고 발전된 국가 이미지로,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나라, 한국. 그런 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 사람들의 시선이 코로나19 때문에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여기 사람들의 맘을 크게 상하게 한 일은 한국의 한 뉴스전문 방송사의 TV뉴스 하나가 첫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연일 쏟아지는 한국언론의 베트남 관련뉴스는 점점 두 나라 국민들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Facebook, Zalo 같은 SNS를 정말 많이 합니다. 남녀노소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스마트폰을 볼 정도입니다. 더 자극적인 뉴스나 소재를 써야 조횟수를 올릴 수 있으니, 요즘 코로나19 이야기나 세계통계는 큰 화젯거립니다. 직원들이 매일 ‘오늘은 한국이 몇 명입니다’라고 제게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나오는 베트남 관련 뉴스를 여기 언론이 소개하고 댓글까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나봅니다.


그 문제의 뉴스 내용은 대구발 다낭착 비엣젯 항공 승객 격리 관련 뉴스였는데요, ‘도착해서 병원에 감금됐다’, ‘아침으로 빵쪼가리를 줬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뉴스에 베트남 사람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베트남 현지 직원의 말을 빌리면, 그 비행기에 탄 베트남인 1명이 열이 있어 한국인 20명뿐만 아니라 베트남인 포함 60명 전원을 별도 병원에 격리수용하고 똑같이 자물쇠로 잠궜다고 합니다. 빵쪼가리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소울프드 ‘반미’였는데 그런 인터뷰를 했다며 반미에 사과하라고 난리랍니다. 격리된 베트남 사람들에겐 20만동짜리 식사가 제공되고, 한국인에겐 100만동짜리가 제공되었는데도 못 먹겠다고 해서 한식을 공수해서 제공했다고 하네요. 또 다낭시장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18명에게 사과공문도 쓰고 귀국편 비행기도 빠른 조치를 취해줬는데 고마움을 모른다는 식의 비난여론이 SNS를 타고 돌아다니나 봅니다.


베트남은 국민소득이 이제 2천500불을 넘긴 개발도상국입니다. 코로나19가 들어오면 한국처럼 대응할 의료체계도, 감당할 비용도, 환경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국민도 두려워하고 총력을 다해 유입을 막는 체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초기부터 중국전체 입국을 금지했고, 최근에 한국도 대구·경북 출신 입국금지에, 무비자 15일 입국제도를 잠정중단 했습니다. 실시간 스포츠 생중계하듯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를 발표하는 한국의 비상사태를 보고 그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것들뿐임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제 베트남 관련기사는 그만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동남아에서 작년에 처음으로 현대기아차가 도요타 판매량을 앞섰고, 각종 지표에서 일본과 견줄만한 위치를 겨우 확보했습니다. 이런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질까 우려스럽습니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상황이 빠른 시일 내 종료될 수 있기를 멀리 베트남에서 간절히 빕니다. 

 
SG한국삼공 베트남 현지법인
NGOC TUNG 대표 손지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