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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업 리더를 만나다] 윤재복 '고추와육종' 대표

한국종자산업의 희망을 쏘아올린 ‘작은 거인’


8년 전 고추와육종이라는 작은 종자기업이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마다 고추밭을 침범하던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 고추 품종과 분자표지 결과를 세계 최초로 쏘아올렸다. 그 연구의 주역인 윤재복 대표를 다시 만났다.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에 둥지를 튼 고추와육종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저력을 키워가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진 것 같다. 인력은 어떤가  육종 2명, 육종보조 2명, 분자마커분석 1명, 매운맛·색소·당 등에 대한 분석 1명, 교배 2명, 농장관리 1명 등 총 9명이다. 예전보다 2배가량 늘었으며 자체적으로 크게 부족한 부분은 없다. 다만 한 작물만 하기 때문에 생산·판매 전담팀을 두기엔 효율이 떨어져 그 부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굳힌 모습이다  거의 다 우리 회사에서 기술이전을 한 것이다.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의 위치와 관련 분자마커에 대한 특허를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이제 유전자의 클로닝 단계까지 왔으며 이에 따른 새로운 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완성되면 특허등록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병원균 저항성 유전자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해외용 특허를 먼저 낼 수도 있다.


종자연구는 정부 지원과제가 많은 편이다. R&D가 강한 회사로서 의견이 있다면  매년 2~3개의 과제를 하고 있으며, 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식물분자육종사업단 연구과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바이오그린사업 자체가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종자 육종방향은 수량-내병성-복합내병성-품질 순으로 진전돼 왔다. 다음 단계는 기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성 신소재 품종 개발 및 기능성 식품 개발, 나아가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해선 식물분자육종과 식물유래 신의약신소재 분야와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능성을 가미해 열매가 달리지 않는 고추 개발 등 우리도 나름의 준비과정에 있다. 


내년에 마무리되는 골든시드프로젝트에 대해선  수출액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품목별 수출용 품종 개발을 위한 육종소재·유전자원 등의 인프라,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 등 주요 성과의 이어달리기가 지속됐으면 좋겠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종자값 비싼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므로 마케팅과 M&A 지원도 정말 중요하다.  

      
예전이 연구만 하는 회사였다면 이제 농민 직거래 판매까지 하고 있다  종자값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유통비용을 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에 농민 직거래로 가닥을 잡게 됐다. 정당한 마진을 확보하면서 우리 고추종자를 사는 농민의 부담도 덜어주고 싶었다. 단일 작물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종자 생산만 해서 유통회사에 넘겨준다. 우리는 연구 조직에 무게중심을 둔 회사로서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B2B 판매를 했고 육묘장에도 종자를 팔았다. 판매로 얻은 매출이 처음으로 로얄티 수입을 능가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근 우리나라 고추 품종은 복합내병성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고추 품종은 기본적으로 역병(TMV) 저항성, PepMov 저항성, CMV 저항성 등이 나와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와 같은 기본저항성을 갖고 있으면서 칼라병이라 불리는 TSWV 저항성과 탄저병 저항성까지 들어간 복합내병계 품종이 출시되면서 고추 신품종의 주요 기점이 됐다. 앞으로 위험이 예견되는 고추 병원균은 청고병이다. 또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인도와 동남아에서 골치를 앓는 바이러스도 눈여겨보고 있다.

 
㈜고추와육종의 대표 품종을 꼽는다면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농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AR탄저박사’다. 제일 예쁘게 잘 자라고 약을 주지 않는 10월말까지도 병이 오지 않는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단점은 TSWV 저항성이 없어서 총채벌레를 막지 못하면 병이 올 수 있다. 맛이 순하다는 특징도 있다. 현장의 반응이 좋은 ‘AR탄저박사’를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으로 분류해 시장에 내놓고 싶다는 희망도 현실화하고 싶다.


또 하나는 신품종인 ‘칼탄박사’로 TSWV 저항성까지 넣은 복합계로 만들어 올해 출시했다. 건고추 품질이 ‘AR탄저박사’보다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복합내병성이 큰 장점이다.


주고객층은  친환경 유기농 하시는 분들이 특히 복합내병계인 우리 품종을 선호한다. 병에 강하다고 평가해 양을 늘려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다.  

 
육종연구가이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인데  처음에 R&D 회사를 할 때는 큰 회사와 M&A를 해 연구분야의 리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도 포장에 나갈 때가 가장 즐겁고 가급적이면 죽을 때까지 품종개발 연구를 하고 싶다.


회사 대표로서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품목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파프리카는 우리나라에 1990년대 중반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식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성숙기가 아닌 태동기의 작물을 집중 연구해 그 결과물로 해외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분자마커 분석이 가능하기에 목표 품종을 향해 더 빠르고 정확한 길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해외 진출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인도와 중국에 고추 전시포 사업을 골든시드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그곳 바이어들이 품종을 선발해 확대 시교중이며 조만간 수출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인도에서 종자 가격은 우리나라의 십분의 일에 불과하다. 그 대신 우리 고추 재배면적 3만ha에 비해 인도는 90만ha에 이르는 만큼 매년 300톤의 종자가 소비되는 큰 시장이다. 종자값도 오르는 추세이므로 장기적으로 보면서 진출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지난 2월 인도의 종자전문회사와 공동연구개발 및 판매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인도 진출의 중요한 첫 발을 내딛었다. 유럽의 종자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한 이력이 있는 회사인데 매출도 상당하고 주력품종이 고추다. 우리가 품종을 만드는 기술을 제공하고 그쪽이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한편 개발된 품종에 대해선 공동권리를 갖고 판매액에 대한 일정 로얄티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는 대로 다시 인도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