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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 에세이] 농사냐, 카페냐, 식당이냐

-질문이 곧 미래다


“카페를 해볼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요즘 이런 질문을 부쩍 많이 듣는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5년 전, 10년 전부터 듣던 말이긴 하다. 그것이 유독 많아진 배경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경기가 안 좋아진 지 이미 오래인데 카페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직장생활도 녹록치 않을 터, 구속받지 않고 즐기며 살고자 하는 가치관 변화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재밌는 비유가 떠올랐다.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10~20년 전만 해도 이런 말들이 흔했었다. 이때 이어지는 대화들이 대부분 비슷했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줄 아나, 농사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냐? 대개 이런 식의 대화였다. 하지만 귀농인들의 실패사례와 부지기수의 체험담들이 돌고 돌면서 ‘농사의 어려움’과 ‘농업을 통한 수익성’의 난망함을 이제는 많이들 공유하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카페나 해볼까”인 셈이다.

연결 지어 생각하면 이런 대화들이 이어지겠다. 카페는 아무나 하나, 카페 장사가 그리 만만해 보이냐? 

 
오래 전 오랜 기간 ‘식당이나 해볼까?’ 하는 고민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식당은 아무나 하나, 기왕에 하려면 물장사가 최고지. 하는 대화들이 이어졌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장사’는 두 종류로 나뉜다. 술과 차 종류다. 즉, 주점과 다방이고 그것들이 가장 (이윤이) 남는 장사라는 설이었다.


20여 년 전, IMF 구제금융 사태가 났을 때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영업에 나섰다. 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업종이 식당이었다. 식당은 크게 한식, 일식, 중식, 양식으로 나뉜다. 지금은 수많은 퓨전 업종이 등장해 구분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외식업의 분류는 기본 4가지 업종을 토대로 나머지는 기타에 들어간다. 지난 20년 간 외식업의 흥망을 통계로 내보면 망한 업종 1위가 한식당이다. 반대로 흥하거나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버티는 업종은 중식당과 일식당이다. 외식 전문가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을 내놓았다.


“중식이나 일식은 준비가 많이 필요한 반면 한식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한식이 익숙하고 누구든 음식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식 잘하는 것과 식당 운영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결국은 준비의 문제죠. 준비 없이 달려들면 망하는 거예요.”


농사든, 카페든, 식당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준비 없이 달려들면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이 외식 전문가, 뒷말을 남긴다.


“준비 잘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요. 준비 없이 시작해도 실패를 경험하면서 이겨나가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준비도 준비이지만 결국은 절박함의 문제 아니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다. 질문의 유형에서 이미 미래가 결정된 것 아닌가 싶다.
OOO이나 해볼까? 이 동그라미에는 무수한 단어를 대입할 수 있다. 장사나 해볼까, 영업이나 해볼까, 몰이나 개설해볼까, 글이나 써볼까, 연구나 해볼까, 출마나 해볼까, 사랑이나 해볼까, 여행이나 가볼까, 청소나 해볼까… 하다못해 밥이나 먹어볼까 조차까지, 대충해서 탈나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불공정한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