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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저항성 해충의 ‘오해’와 ‘진실’

제대로 알아야 확실히 잡는다


고추 담배나방 저항성 발생사례 전무

복숭아순나방 등 과수 나방류도 무관


배추좀나방·파밤나방은 발현 빠르지만

약제별·지역계통별 저항성 차이 뚜렷


신규약제 연용하면 저항성 발현 순간

작용기작 다른 약제 교호살포가 해답

 


살충제 저항성이라는 소문만 듣고 기존 약제를 고가의 약제로 바꿔 살포했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경기도 이천지역의 한 농협은 지난해 과수 병해충 발생 민원에 몸살을 앓았다. 상당수의 과수농가들이 살충제 저항성 문제로 농협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 과수농가들이 해충 방제에 실패한 원인은 살충제 저항성 때문이 아니라, 이상고온으로 인해 병해충 발생 패턴이 달라진 점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한 시기에 약제를 처리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결국 과수에는 살충제 저항성이 발현하지 않았는데도 확실치 않은 소문만 듣고 값비싼 약제로 바꿔 사용했다가 경제적 손실만 가중시킨 때늦은 후회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살충제 저항성은 진실아닌 오해가 문제

이처럼 살충제 저항성 문제는 사실과 다른 오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살충제 저항성은 재배작물과 재배지역에 따라 해충종별, 약제계통별, 작용기작 분류군별로 각기 다른 발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령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은 다른 해충에 비해 저항성 발현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약제에 따라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고추 담배나방이나 사과 및 복숭아 등의 주요 해충인 복숭아순나방과 복숭아심식나방은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도 저항성 발현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 진행하는 저항성 연구 및 모니터링에서도 과수 나방류 및 담배나방 등에 대한 저항성 발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살충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해충은 세대수가 많지 않은데다 겨울을 지나면서 월동해충의 밀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겨울 평균기온이 높을 경우 다음 시즌의 나방 발생밀도가 늘어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1]

하지만 살충제 사용농가들은 해마다 해충 발생 패턴이나 약제 살포시기 및 방법 등은 아랑곳없이 무턱대고 저항성을 의심하면서 고가의 새로운 약제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추나 과수 재배농가들 역시 저항성과는 사실상 무관한 담배나방이나 복숭아순나방과 복숭아심식나방 등의 방제약제도 값싸고 방제효과가 확실한 기존제품을 두고서 2~3배 비싼 가격의 신규제품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길하 교수, 나방류 지역별 감수성 조사 

현재 국내 살충제 사용농가들에게 잘못 알려진 저항성에 대한 오해는 김길하 충북대(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의학과) 교수의 연구논문과 IRAC(살충제저항성기작위원회)의 해충 저항성 발현 보고사례 등을 통해서도 어렵잖게 접할 수 있다.

김길하 교수는 지난 2018년 한국응용곤충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4종의 Diamide계열 살충제에 대한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의 지역계통별 감수성 평가논문을 통해 국내 살충제 저항성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이 연구논문은 IRAC의 살충제 작용기작 분류군 중 30번으로 분류되는 플룩사메타마이드(캡틴-2019)’브로플라닐라이드(모스킬·제라진-2020)’가 등록되기 이전인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반복살포 해왔던 IRAC 28번에 속하는 알타코아(클로란트라닐리프롤) 토리치(사이안트라닐리프롤) 라피탄(사이클라닐리프롤) 애니충(플루벤디아마이드) 4종의 디아마이드(Diamide)계열 살충제[2]에 대한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의 저항성 발현상황을 모니터링 했다.


디아마이드계, 배추좀나방 살충효과

강원 평창에선 낮고 성주·거창 우수

우선 이들 4종의 디아마이드계열 살충제의 지역계통별 감수성 조사결과에 의하면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의 저항성 발생정도는 각각의 약제에 따라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좀나방의 경우 경북 성주와 경남 거창 지역에서는 4종의 약제 모두 100%의 살충활성(살충률)을 보인 반면, 강원도 평창 지역에서는 알타코아에 대해 42.3%의 낮은 살충효과를 보였다.[3] 또한 감수성계통(같은 종에 속하는 곤충 가운데 어떤 약제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집단)의 배추좀나방에 대한 저항성비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지역별, 약제별로 저항성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평창지역은 알타코아에서 1196.3배의 매우 높은 저항성비를 보였으며, ‘토리치(105.6)’애니충(191.6)’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저항성비를 나타냈다. 반면 거창 지역에서는 4종의 약제에 대해 가장 낮은 저항성비(0.1~5.6)를 보였다.[4]

또한 배추좀나방은 최근 거의 모든 종류의 살충제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 일본, 필리핀, 태국, 중국, 타이완 등에서 디아마이드계열 약제에 저항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중국 광동 지역의 경우 클로란트라닐리프롤(알타코아)’에 대한 저항성비가 약 2000배에 이르는 저항성 배추좀나방이 발현했으며, ‘플루벤디아마이드(애니충)’에 대해서도 1300배 이상의 저항성 집단이 보고되기도 했다.

 

파 파밤나방, 살충제 저항성 대체로 취약

김 교수는 파밤나방에 대해서도 2014년 충북 청주, 충남 아산과 예산, 경북 안동, 전남 진도 등 5개 지역에 이어 2017년에는 충북 청주, 전남 진도와 영광, 경남 밀양과 거창 등 5개 지역에서 4종의 디아마이드계열 살충제에 대한 약제 감수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파밤나방에 대한 디아마이드계 살충제의 감수성은 배추좀나방에 비해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청주, 진도, 영광 지역은 4종의 약제 모두에서 100%의 살충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들 5개 지역의 파밤나방 약제 저항성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토리치를 처리한 밀양과 거창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에서는 매우 높은 저항성비를 나타냈다.[5] 특히 청주와 진도 지역에서는 애니충에 대해 10만배 이상의 저항성비를 보였다. 또한 채집(연구) 연도(2014년과 2017)에 따른 파밤나방에 대한 알타코아의 감수성을 비교한 결과에 의하면 2014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100%의 살충력을 보인 반면, 2017년에는 살충률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6]

김 교수는 특히 파밤나방에서 디아마이드계열 약제인 클로란트라닐리프롤(알타코아)’이 짧은 기간에 저항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를 전제로 20145개 지역과 20175개 지역에 대한 약제 감수성을 비교한 결과에 의하면 2014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알타코아에 대해 100% 살충률을 보인 반면, 2017년에는 특히 진도 지역에서 살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약제 선택·이용방법에 따라 저항성 상이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역에 따른 약제 감수성 차이는 농가의 살충제 선택과 이용방법에 따라서 저항성의 차이를 보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배추좀나방보다 파밤나방이 더 높은 저항성비를 나타내는 것은 이들 해충의 약제노출시간 차이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으며, 배추좀나방의 기주인 배추와 파밤나방의 기주인 파의 재배기간 차이로 인한 약제노출 횟수와 노출기간의 차이 때문에 파밤나방의 저항성이 더 빨리 발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짧은 시간동안 약제가 시장에 많이 도입되었거나 살충제의 과용에 의한 결과로 풀이했다. 결국 해충들이 디아마이드계열 약제에 대해 빠르게 저항성을 획득하는 만큼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IRAC에서 권장하는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의 교호살포와 종합적 방제전략을 시급히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RAC 28’도 과수 나방류 방제효과 확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추좀나방과 파밤나방은 전세계적으로도 다른 해충에 비해 저항성 발현이 매우 빠르고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지난 100년 동안 IRAC에 보고된 해충 저항성 발현 추이를 보면 저항성 해충 Top20’[7] 중에서 배추좀나방(1)과 파밤나방(6)은 단연 상위권에 속해 있다. 배추좀나방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많은 약제(보고건수)[8]에서 저항성이 발현하고 있으며, 파밤나방 역시 수많은 약제(보고건수)[9]에 대해 저항성을 보이는 등 이들 해충은 생태·생리학적으로 저항성이 쉽게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저항성 발현이 극심한 해충으로 오해받고 있는 고추 담배나방과 사과 및 복숭아 등의 주요 해충인 복숭아순나방과 복숭아심식나방은 전세계적으로 주요 저항성 발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복숭아순나방의 경우 현재까지 단 3건의 보고사례가 있었으나 보고시기가 오래전인데다 약제도 2개에 불과하다 보니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다.[10] 고추에 발생하는 담배나방의 경우도 단 1(3개 약제)의 사례가 보고된데 그쳤다.[11]

 

기존약제와 신규약제 교호살포 효과적

농약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나방류 저항성 발현에 따른 살충제를 이용한 해충관리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종합적 방제전략이 세워지지 못한 실정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작용기작이 다른 살충제의 교호살포 및 혼용살포 부상관(負相關) 교차저항성 살충제의 사용 새로운 작용기작의 살충제 대체사용 등의 저항성 해충 관리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12~13]

살충제 전문가들은 특히 해충 저항성 발현 지역의 경우 기존약제를 배제하고 신규약제만 지속적으로 반복 살포하다보면 결국 신규약제도 2~3년 내에 저항성이 발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작용기작이 다른 신규계통의 농약을 해마다 개발할 수도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로 다른 그룹의 기존약제와 신규약제를 번갈아 살포하는 방제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살충제 사용농가들이 교호살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IRAC 작용기작 분류군 중 28번에 속하는 약제들을 순차적으로 교차 사용할 경우 오히려 해충 저항성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또한 살충제 라벨 상의 희석배수보다 낮은 농도를 사용하거나 해충 방제시기를 놓쳐 발생밀도가 늘어난 뒤에 약제를 살포하는 경우에도 저항성 발생원인이 되며, 약제처리가 완벽하지 않을 때에도 저항성이 발현하게 된다며 재배농가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