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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매출'이 말하는 2019년 농약시장] ‘꽁꽁’…대세 하락기 재확인하다

-농협가격이 ‘족쇄’…내년 ‘시담’ 주시-

총매출 1조4032억…전년비 95% 수준
목표 대비 1221억 미달…“달성 불가”
Major사 ‘종합성적표’엔 ‘낙제’ 일색
팜한농·농켐·삼공·바이엘·성보…‘울상’
경농·신젠타·동방은 ‘그나마’…‘썩-소’
Minor사 ‘미소’…시장점유율 13.24%

 

 

우리 농약시장의 ‘2019년 종합성적표’는 대부분의 농약회사들이 ‘과락’을 면치 못하면서 ‘낙제’가 확실해 보인다.
원제회사들이 집계한 2019년 11월말 현재 국내 농약시장 매출규모는 1조40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4759억원보다 727억원이 줄어든 95.1%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농약회사들이 올해 매출목표로 세웠던 1조5253억원과 비교해서는 1221억원이나 미달해 앞으로 보름 남짓한 기간 안에 목표를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농약 원제회사와 제조회사 관계자들은 올해 이같은 ‘성적표’는 농협 계통농약 가격인하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2020년 계통공급 ‘시담’이 눈앞이다 보니 농약회사들은 ‘오늘보다는 내일’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낙담보다는 견딤’에 무게를 두고 대농협 전의(戰意)를 지피고 있다.


국내 메이저 8개 회사 중에서 경농(전년 동기대비 103.8%)과 신젠타코리아(103.6%), 동방아그로(100.8%) 등 3개 회사를 제외한 팜한농, 농협케미컬, SG한국삼공, 바이엘, 성보화학 등 5개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마이너회사들은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상회하는 실적을 보이면서 2019년 11월말 기준 매출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억원 가량 늘어난 1858억원으로 농약 전체시장의 13.24%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표 참조]

 

 

메이저 8개사 중에 5개사 매출 부진
농약회사별로는 우선 경농의 경우 올해 11월말 현재 매출총액은 1789억원으로 전년 동기(1723억 원) 대비 66억원이 늘어난 103.8%를 기록하며 국내 농약회사 중에서 ‘한해장사를 가장 잘한 회사’로 꼽히고 있다.

 

다음으로는 신젠타코리아가 지난해(940억원) 보다 34억원이 늘어난 974억원을 기록했다. 또 동방아그로는 지난해(1462억원)와 비교해 12억원 많은 14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팜한농을 비롯한 나머지 5개 메이저 회사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실적에 도달하지 못했다. 팜한농은 2018년 11월말 기준 31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65억원이나 모자란 2993억원에 머무는 등 전년대비 94.8% 달성에 그쳤다.


국내 농약시장의 매출규모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농협케미컬도 올해는 매출총액이 2385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2452억원) 보다 67억원이나 모자란 97.3%의 달성률을 보였다.


SG한국삼공도 올해 136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1430억 원)과 비교해서는 69억원이 줄어든 95.2%의 비교치를 기록했다.


바이엘은 지난해의 1240억원보다 41%(510억원) 넘게 줄어든 7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머물렀으며, 성보화학도 전년 동기(556억원) 대비 88억원이 줄어든 468억원(전년비 84.2%)의 매출실적을 보였다.

 

신규·대형품목 없인 매출 견인 어렵다
농약 원제회사와 제조회사 관계자들이 분석한 업체별 시장상황을 요약하면, 올해 비교적 매출 상승곡선을 그린 경농의 경우는 총채벌레 전용약제인 ‘캡틴’을 신제품으로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성장의 동력이 됐다. ‘캡틴’(Fluxametamide 9%)은 지난 9월말 현재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달 말까지 200억원의 목표달성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젠타의 경우도 신규 종자소독약제인 ‘미래빛 듀오’(Pydiflumetofen 6.88%+difenoconazole 11.47%)의 매출이 증가한데다 에이팜, 오티바, 아리킬트 등의 기존 대형품목들이 PLS제도의 수혜를 입으면서 전체적인 매출을 견인하는 효과를 보였다. 여기에 신젠타는 중국의 대형 국유 화학회사 켐차이나(중국화공)와 합병이후 국내에서도 제네릭원제 품목의 생산·판매가 수월해지면서 매출증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동방아그로 역시 올해  영업조직의 탄력적인 재정비와 더불어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 출시가 매출 신장의 주동력원이 됐다는 분석이고 보면, 앞으로도 국내 농약시장은 신규 또는 기존 대형품목 없이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토대가 고착됐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매출 실적이 낮은 제조회사들 중에서는 팜한농과 성보화학의 경우 품목정리 및 이익주도 경영체제 전환에 따른 매출 감소 요인이 두드러졌으며, SG한국삼공의 경우는 ‘델란’ 등의 주요원제 공급차질로 인한 매출 부진이 원인으로 꼽혔다.


그런가하면 바이엘의 경우는 연간 280억(350만개) 시장을 자랑하던 ‘바스타’가 한국바스프(농협케미컬과 성보화학이 판매)로 넘어간데다 ‘카핀다’도 팜한농이 드라이브 하면서 올해 매출 감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반대로 농협케미컬은 최소 200억원 이상의 확실한 ‘매출 보증수표’인 ‘바스타’를 껴안고도 지난해 대비 67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농협 계통농약의 무리한 가격인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농협케미컬은 올해 ‘굴러들어온 복덩이(바스타)’에 심취해 기존 제품들을 너무 홀대한 결과라는 지적에 맞닥뜨려 있다.

 

원제·환율·가격·PLS…불확실성의 연속      
어쨌거나 올해 농약회사들의 이같은 ‘성적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연장선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농약원제 수급 불안정에다 환율인상까지 겹쳐 농약제조회사들의 생산비 부담이 가중된데다 농협 계통농약 가격인하까지 겹쳐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농약시장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가시화 됐다. 


원제회사 관계자들은 특히 농약제조회사들이 올들어 원제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매출 감소도 심각한 변수로 꼽았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원제생산이 순조롭지 못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물량이 전년대비 29.6%나 감소했었다. 그동안은 중국의 환경규제가 제너릭원제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원제사들이 중국OEM 원제 및 부자재(중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의 고충이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경영압박에 시달렸다. 국내 농약원제 수입액(2018년 기준)이 4억8842만 달러(USD)에 이르는 상황에서 원제대금 결재시기(통상적으로 3~9월 사이)의 환율인상분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그런가하면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PLS제도 시행이후 제품등록여부, 재고소진, 눈치보기식 사입(仕入) 등에 막혀 농약시장에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되뇌는 물음…가격인하만이 능사인가
무엇보다 농약제조회사들은 농협의 계통농약 가격인하를 심각한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농약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긴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농협이 해마다 농약가격을 내리기만 하는 처사는 자칫 농약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농약업계의 우려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 농약업계는 ‘과연 농약가격 인하만이 능사인가’라는 물음을 되뇌는 까닭으로 읽힌다. 

 
차재선 기자 | newsfm@newsfm.kr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